여주시의 한 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닭 1천여수가 갑자기 폐사했다.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의 간이검사에서 AI H5형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왔고, 이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검사를 했는데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도내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것은 세 번째다. 10월28일 용인 청미천 일대와 11월 14ㆍ19일 이천 복하천 일대였다. 두 번 모두 야생 조류에서 확인된 경우다. 이번에 여주에서 발견된 것은 가금 농장의 닭이다. 가금 농장 감염의 피해는 야생 조류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당장 살처분 피해가 시작됐다. 해당 농장의 닭 19만3천수가 확진 즉시 살처분됐다. 반경 3㎞ 이내 오리 사육농가에서도 오리 1만7천여수가 살처분됐다. 의심 신고 14일 전까지 농장이 출고했던 달걀도 회수됐다. 10㎞ 이내 축산 관련 모든 시설에 이동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고병원성 AI는 겨울철에 창궐한다. 2014년 1월 이래 겨울철을 전후해 수백 건씩 발생해왔다. 가금류 3천787만 마리가 살처분됐던 2016년에도 11월16일부터 3월 말까지 지속됐다. 가금농장에서의 발생은 2018년 3월17일 이후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발생했다.
하늘을 나는 조류에 의해 번지는 병이다. 예방이 어렵고 전염성은 높다. 발생 때마다 2, 3개월씩 갔다. 2년 9개월여만에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이번에는 어느 정도의 피해를 남길지 현재로서는 가늠키 어렵다.
지방 행정은 이미 코로나19로 한계에 와 있다. 현장 행정력이 ‘번 아웃’되고, 관련 예산은 바닥을 보인다. 겨울철이 시작되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때 고병원성 AI까지 겹쳤다. 최악의 사람 전염병과 최악의 가축 전염병이 동시에 창궐하는 겨울이 온 듯하다.
AI 방역의 관건은 초반이다. 과하다 싶은 초동 대처가 필요하다. 살처분, 이동금지에는 기준이 있다. 필요하다면 이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축산농가와 연관 산업 종사자들도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 일반인의 AI 발생지나 겨울 철새 도래지 출입도 막아야 한다. 곳곳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래도 밀어붙여야 한다.
2016∼2017년 기억이 생생하다. 전국에서 383건의 AI가 발생했다. 경제적 손실이 1조원을 넘었다. 전국 양계농가가 초토화됐다. 그런 참화가 코로나19 사태에 겹칠지도 모른다. 이를 막을 첨병은 역시 행정력이 아니겠나. 이미 고되지만 그래도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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