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비급여 분리, 보험료 차등제 도입, 재가입주기 단축 등
3천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제도가 보장범위와 한도는 지금과 비슷하면서 보험료 수준은 대폭 인하하는 방향으로 수정된다. 40대 남자 기준 최대 70%까지 보험료가 줄고, 도수치료 등 비급여는 사용한 만큼 보험료가 할인되거나 할증된다.
9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협회는 실손보험의 급여·비급여 분리, 보험료 차등제 도입, 재가입주기 단축 등을 골자로 한 4세대 실손보험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새로운 상품의 주계약(급여)과 특약(비급여)을 모두 가입했을 때, 보장 범위는 전과 같게 대다수 질병·상해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질병·상해로 인한 입원과 통원의 연간 보장한도를 기존과 비슷하게 1억원 수준(급여 5천만원, 비급여 5천만원)으로 책정했다.
신상품은 자기부담금 수준과 통원 공제금액 인상의 효과로 보험료가 예전 상품보다 대폭 낮아진다. 2017년 출시된 신실손 대비 약 10%, 2009년 이후 표준화 실손 대비 약 50%, 표준화 전 실손 대비 약 70% 정도 인하된다. 40세 남자 기준 3만6천679원이던 표준화 전 보험료는 1만929원으로 줄어든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상품의 높은 손해율을 고려하면 신상품과 이전 상품과의 보험료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급여와 비급여를 묶은 현재의 포괄적 보장구조는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로 분리한다. 보험료 상승의 주된 원인인 비급여가 특약으로 분리되고, 각각의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조정된다. 보험료 인상 요인이 급여 때문인지, 비급여 때문인지 확실하게 알게 된다.
비급여 의료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이용량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됐던 문제를 개선한다. 차등제는 1등급(할인), 2등급(유지), 3등급(할증), 4등급(할증), 5등급(할증)으로 구분된다. 전체 가입자의 72.9%를 차지하는 1등급은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없는 가입자다. 할인율은 5% 내외이며, 3~5등급의 할증금액이 1등급의 할인재원으로 쓰인다. 0.3%의 5등급 가입자는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300만원 이상이며, 할증률은 300%로 책정된다. 산정특례 대상자, 장기요양대상자 중 1~2등급 판정자 등 의료취약계층은 차등제에서 제외된다.
재가입주기는 15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다. 재가입주기는 실질적으로 보장내용 변경주기를 의미한다. 건강보험이 변경되면 실손보험의 보장내용도 변경되는데 재가입주기가 길수록 변경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늦어진다. 재가입주기가 단축되면 특정 질환을 신속하게 보장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선으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낮아지고,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나아질 것이다”라면서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건강한 사적 사회 안전망 기능을 계속 수행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 규정변경예고 등을 거쳐 내년 7월경 제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민현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