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속 폐업 소상공인 속출… 늘어나는 ‘유령 상가’

“주변 상가들이 하나둘씩 폐업하니까…손님은커녕 지나다니는 사람 보기도 점점 어렵네요”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늘며 이른바 ‘유령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상가 공실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지역경제가 더욱 침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9일 찾은 동탄2신도시 치동천 인근 점포겸용 주택단지는 점심시간임에도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단지는 지난겨울만 해도 사람이 붐비는 등 활기찼지만 올해 코로나19 발병 이후 방문객이 급감하며 상권 침체를 겪기 시작했다.

특히 유동인구 감소로 일부 상인들이 상가를 내놓기 시작해 상가 공실률 역시 늘었다. 이곳에 있는 140여개 상가 중 20여곳에는 ‘임대문의’ 딱지가 붙어 있었다.

한 식당에서 만난 권기남씨(55)는 텅 빈 가게에서 쓸쓸히 주방 집기들을 상자에 담고 있었다. 식당을 운영한 지 어느덧 7년차인 권씨는 이달 말 가게를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주변 가게들이 하나둘씩 폐업하며 유동인구가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매출이 1천200만원이었던 그의 식당은 상권이 침체돼 월매출이 100만원 이하로 곤두박질 쳐 2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도 납부하기 어려워졌다. 벌써 보증금 3천만원도 임대료로 절반 이상 빠져나갔다.

수원지역 상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원에서 유동인구가 많기로 꼽히는 인계동 나혜석거리에서도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린 상가를 볼 수 있었다. 장안구에 위치한 북수원아울렛 역시 입구를 들어서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은 점포가 즐비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는 일보다 ‘임대문의’ 현수막을 찾기가 쉬울 정도였다.

이곳의 한 상인은 “처음에는 같이 버텨보자는 분위기였는데 하나 둘씩 폐업하며 찾아오는 손님도 점차 줄고 있다”며 “상인 대부분이 폐업을 고려하는 분위기라 코로나 여파가 더 길어지면 이곳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서수원 홈플러스 인근은 더 심각했다. 점포 30개가 입점할 수 있는 한 상가는 12개가 비어 있어 공실률이 40%에 달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하루에 한 명꼴로 가게를 내놓는 임차인들이 찾아오지만 폐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간판만 걸어두고 보통 2~3개월, 많게는 6개월씩 임대료만 납부하는 ‘유령 가게’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주변 점포들도 영향을 받아 상권 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분기 3.9%, 2분기 3.8%, 3분기 4.2%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지역마다 증가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공실률은 계속 늘고 있다”며 “계약기간이나 투자비용회수를 위해 폐업하지 못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고려하면 공실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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