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이 거리 곳곳에 자신들의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불법 현수막을 내걸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행정안전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지정 게시대를 제외하고 가로수와 전봇대, 가로등 등에 현수막 등 광고물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불법 또는 허가받지 않은 현수막을 설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지역 국회의원들은 도심 곳곳에 불법 홍보 현수막을 걸어두고 있다. 경쟁적으로 국비확보 등을 홍보하는 현수막 탓에 지하철역 출구 번호가 가려지거나 상점의 간판을 가리는 등의 피해도 속출한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남동갑)은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역 8번 출구 앞에 ‘남동구 국비 429억원 확정’이라는 홍보 현수막을 걸었다. 이 현수막은 지하철역 출구 번호를 완전히 가려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성만 의원(민·부평갑)은 부평구 부평동 문화의거리 초입에 ‘2021년 코로나·민생·뉴딜 예산 558조 통과’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얇은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걸려있다. 부평 문화의거리 간판을 가린 것은 물론 가로수의 나무껍질까지 벗겨내고 있다.
허종식 의원(민·동미추홀갑)은 미추홀구 도화동 도화초등학교 사거리 인근에 ‘도화역 에스컬레이터 설치 국비 8억 확보’ 현수막을 걸었다. 이 현수막은 인근 상가 간판을 완전히 가리고 있다. 건너편에선 간판이 보이지 않아 무슨 상가인지 가늠조차 어렵다.
미추홀구 상인 A씨는 “국회의원의 불법 현수막이 며칠째 나무에 걸려있다”며 “우리는 가게 홍보 현수막 하나를 붙이려고 해도 허가받고 붙이는데, 저런 걸 보면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의원들의 불법 현수막을 항상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떼면 다시 붙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관리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해당 불법 현수막에 대해 현장에 나가 정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솔선수범 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불법 현수막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관할 구청은 국회의원일수록 엄격한 처벌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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