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면 수업, 행사 축소 확산… 매출 급감에 인쇄업계 휘청

“지난 30년 동안 학교에 납품하는 교재만 만들며 살았는데, 이제는 버틸수가 없네요”

코로나19 여파로 인쇄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초ㆍ중ㆍ고를 비롯해 대학교까지 비대면 수업이 늘고 관공서 등도 각종 행사를 취소하며 인쇄물 수입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15일 경기도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도내 인쇄업체들은 비대면 수업 확산과 각종 행사 취소 등으로 수주량이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도내 인쇄 관련 사업체는 약 4천여곳으로 종사자는 1만2천500명에 달한다.

수원 고색산업단지에서 30년째 초ㆍ중ㆍ고 학생용 부교재를 출판하는 이완표 교문사 대표(65)는 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씨의 인쇄소는 지난해까지 월매출이 4천만원에 육박했지만 올해는 거래가 뚝 끊기며 월매출이 1천5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음 학기 교재 출판을 준비하는 연말은 평소 같았으면 가장 바쁠 시기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 7월에는 수주량이 전년 대비 20%로 감소했으며, 이번 달도 불투명한 내년 학사일정 탓에 제작 요청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대학교재와 공공기관의 홍보 팸플릿 등을 제작하는 경기첨단인쇄디자인센터 김현덕 대표(60)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에는 월매출 1억원에 직원도 5명이나 있었지만, 비대면 수업 확산과 행사 취소 등으로 올해는 월매출이 500만원으로 급감했다.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정든 직원 4명을 떠나보내게 됐다”며 “폐업까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집합제한이나 영업금지를 당한 업종과 관련된 인쇄 업체들도 시름을 앓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에서 10년째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신문인쇄 나병복 대표(64)는 올해 직원 8명 모두를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경마 관련 잡지를 발간하는 나씨는 주마다 약 8만부의 잡지를 찍어냈지만, 지난 2월2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마가 중단되며 일감이 뚝 끊겼다.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잡지 발간이 중단되자 매출은 월 9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떨어졌다. 나씨는 “코로나가 확산한 이후 직원들과 함께 버텨보자며 임금을 30% 줄였다”며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구조조정을 결정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급격한 인쇄 수요의 감소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한국제지연합회의 국내 제지산업 월별수급 현황을 보면 올해 1~9월 인쇄용지 생산량은 171만8천t으로 작년 동기(192만9천t)대비 10.9% 감소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인쇄용지 수급량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5% 이상 감소한 적은 없었다”며 “생산량이 10% 이상 줄어든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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