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사자성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2020년이었다. 떠나가는 2020년을 마무리하고 2021년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고 있을까. 수많은 것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꼽아보라면 평범한 ‘일상’(日常)일 것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아쉬움 속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가수 이적이 만들고 부른 <당연한 것들>이란 노래는 우리 삶 속에서 잊고 살았던 ‘당연한 것들’을 다시 누릴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잊지는 않았잖아요. 간절히 기다리잖아요.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 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며칠 전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지쳐 있는 우리를 들뜨게 하는 희소식이 보도되었다. 몇몇 제약업체에서 오랜 연구와 다단계의 임상 시험을 거쳐 코로나 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12월 8일 영국에서는 91세 할머니가 전 세계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받았다. 우리나라 정부도 4천400만 명이 접종받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늘부터 모두가 백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신의 안정성 확보를 위하여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다수의 전문가는 내년 중반기 혹은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국민 모두에게 백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깜깜한 어두운 방 안에 비추는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소식이다. ‘지금’이 아니라서 아쉬움은 크지만, ‘내일’을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있기에 마음은 벌써 설렌다.
그리스도교의 오랜 전통에 따라 신자들은 한 해의 마지막 25일 성탄절에 앞서 대림(待臨, ‘도착’을 뜻하는 라틴어 ‘아드벤투스’[adventus]에서 유래) 시기를 보낸다. 약 4주의 기간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 세상에 (다시) 오시는 구세주 예수를 기다리며, 그분을 합당하게 맞이하고자 회개하고 보속(補贖)을 바치면서 ‘거룩한 탄생’을 준비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없는 이들이라도 이 기간에 -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함께 -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스도교 신자들처럼 엄격한 회개와 보속 행위는 아닐지라도, 어수선하고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나 자신을 바라보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 보자. 차분함 속에서 우리가 살아왔던, 하지만 소홀했던 과거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우리가 꿈꾸며 기다리는 내일의 ‘일상’을 준비해보자.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것이다.
정진만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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