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탈북민 급감, 정착 교육도 난감…“온라인수업 어떻게 해요?”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A씨(24)가 지난 7월 탈출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 한 배수로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 경기일보DB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A씨(24)가 지난 7월 탈출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 한 배수로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 경기일보DB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이 올해 들어 9분의 1가량으로 급감했다. 북한 측의 통제 조치가 강화된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제3국을 통한 이동이 어려워진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2020년 1~3분기(1~9월) 우리나라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은 총 19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입국한 수(775명)와 비교했을 때 74%가량 줄어든 수치다. 최근 10여년치를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연평균 1천725명에 달하는데 현 시점에선 195명에 그쳐 과거 대비 약 89%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유독 탈북민 수가 크게 줄어든 이유에 대해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국경을 봉쇄한 점, 북중 접경지역의 경계를 강화한 점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여파로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입소자 역시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예년까지 매월 20~40명이 들어왔다면 올해는 2~4명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나원은 원내 인원이 줄어듦에 따라 단체 사회적응훈련 프로그램에 제약이 생기고,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일부 대면 교육활동까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탈북민의 ‘한국 안착’이 한층 더 녹록지 않아진 셈이다.

이는 비단 하나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정부는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남북하나재단 등 5개 기관을 통해 탈북민 교육 및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들도 교육생의 한국 적응 교육에 난항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대부분 여타 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개개인 자리에 칸막이를 치고 일정 거리를 둔 채 정착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문제는 ‘온라인 수업’이다.

탈북민 교육생이 구글 zoom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지 않거나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등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외에서 해오던 사회적응프로그램은 전면 중지된 것과 다름없어 정착 교육의 실효가 떨어지기도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육기관 관계자는 “작년까지 50명이 들었던 수업을 올해는 5명도 안 듣고 있어 강의실이 널널하다. 요즈음 우리 기관보다 거리두기가 확실히 이뤄지는 교육기관은 없을 것”이라며 자조적으로 토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탓에 시장경제문화를 익히는 야외 프로그램은 할 수 없고 온라인 수업도 현실적 한계가 있어 최대한 기관 내에서 이론 교육을 하고 있다”며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정착 교육을 착실히 진행해 사회 적응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입국해있는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해 연령ㆍ성별ㆍ직업 등 사안을 개별적으로 고려해 현행 교육 지원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제2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기본계획(2018~2020년) 이행을 위해 일자리 지원, 생활밀착형 서비스 등도 살필 계획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이 크게 줄었다.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사업이 일부 지연되는 경우도 있으나 원활히 추진되도록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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