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보장”vs“민원덩어리”…길고양이 급식소 ‘민-관’ 갈등

#1. 최근 수원시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둘러싸고 민원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 14일 수원시 영통구 광교 카페거리 한 길고양이 급식소에 철거명령 계고장이 부착된 게 발단이었다. 계고서는 영통구청이 부착한 것으로 해당 길고양이 급식소가 하천부지(여천)를 무단 점유했다며 오는 23일까지 철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인근 길고양이 급식소 총 16곳에 계고장이 붙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일명 캣맘ㆍ캣대디들은 철거명령을 철회하라며 민원전쟁에 돌입해 지난주에만 30여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2. 파주시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7월 금촌동 후곡공원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를 놓고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 파주시가 계고장을 부착하자 며칠 새 철거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100건에 가까운 민원전화가 빗발쳤다. 시는 민원을 제기한 캣맘을 설득하면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철거하느라 애를 먹었다.

길고양이 돌봄을 둘러싼 이웃 간 갈등이 민원전쟁으로 이어지며 민-관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고양이 울음소리와 배설물 등을 이유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철거하자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가 길고양이 급식소 철거에 나서면서 민-관 갈등이 번지고 있다.

캣맘ㆍ캣대디들은 길고양이 급식소가 길고양이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주장하는 반면, 지자체는 현장 점검을 통해 길고양이 급식소가 무단 적치물일 경우 철거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용인시캣맘캣패디협의회 관계자는 “비록 지자체가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길고양이들을 수용하기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면서 “단발성이 아닌 꾸준한 지원으로 길고양이들의 실질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수원시 영통구 관계자는 “계고장을 붙이자 캣맘분들은 왜 길고양이들을 겨울에 사지로 모냐는 등 민원전화가 빗발쳤다”며 “민원인들에게는 길고양이들을 ?으려는게 아니라 그저 길고양이 급식소가 부지를 불법 점용한 사실에 대해 계고장을 붙였다고 설명하지만 의견 전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기도는 길고양이로 인해 늘어나는 생활 민원을 잠재우고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지원 사업을 시작, 도내 93개소를 설치하는 등 길고양이 돌봄에 동참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김영환 대표는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려면 지자체의 지원과 길고양이 급식소에 대한 인식개선이 우선”이라면서 “길고양이 급식소의 공익화를 통해 캣맘은 편히 밥을 주고, 주민들도 지자체 관리 하에 급식소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며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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