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시장의 영역, 공공의 영역

20세기 말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이 시장경제의 길을 걸으면서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던 사회주의 실험은 끝났다. 오늘날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은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시장경제라 하더라도 나라마다 다양하다. 미국처럼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전적으로 믿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확실한 사실은 시장의 영역과 공공(정부)의 영역은 서로 긴장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공공이 맡아 오던 영역을 시장이 맡게 되면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하에서 수도, 전기 등을 공급하던 공기업이 민영화하자 이들 요금은 급등했다. 반면 시장의 영역에 공공이 너무 깊숙이 개입하면 시장이 왜곡되고 경제가 어려워진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해 경제성장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시장의 영역에 대한 공공의 개입은 늘었다. 대표적인 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키우고 기업의 투자를 증대시키겠다는 정책이었지만, 정부가 원하던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정착되지 못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고 수많은 공공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적극 나섰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제는 어려워졌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많은 사람들은 공공 일자리라는 것이 결코 양질이거나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이 폭주하자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들고나왔다. 이와 같은 정책은 시장이 실패하는 부분을 정부가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아파트 가격 폭등을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는 어렵다. 영역이 다르다. 대통령도 말했듯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국가가 해야 할 책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임대가 아니라 자기 집을 갖겠다는 국민들의 꿈을 아파트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일시적인 고육책이지 대안은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해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데서 그쳐야지 대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민간이 주택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투기는 막는 그런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승연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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