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근 칼럼] 공공주택,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

근대의 우리나라 주거건축 역사를 보면 20세기 초 조선시대의 기와집, 초가집은 해방 이후 1950년의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초토화되고 전쟁 후 복구된 초가집, 그리고 시멘트 벽돌집과 블록집을 짓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어려웠던 국민의 평생소원은 제대로 된 번듯한 내 집 하나 장만하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인한 주거 문제 해결이 당시 정부의 큰 숙제였다.

이때 그 대안으로 집단 공동주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88올림픽 유치와 개최를 계기로 국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200만호 아파트 공동주택이 지어졌다. 이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및 공공 건축시설도 함께 급증했고, 이러한 건설 산업 성장은 1990년 중반 이후 GDP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와 지금은 3만불 시대의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

우리나라 건설 산업이 1980년부터 2010년까지 IMF, 국제금융위기 등 글로벌 불황을 겪으면서도 30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한 주요 성과 중 하나가 대대적인 국토 개발을 통한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다른 하나는 국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아파트 건설로 볼 수 있다.

막대한 정부 예산과 민간자본 투자의 결과를 2020년 현 시점에서 비교하면 전자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도로, 철도, 공항, 지하철, 통신, 전력, 상하수도 등 사회인프라 투자는 지금의 국민 생활 편익 효과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아파트 공동주택 투자는 행복과 편익보다는 부담과 근심을 가져다주고 있다. 필자는 그 이유를 공공재와 사유재의 차이로 보고 싶다. 즉 사회기반시설이나 공공 건축시설은 공공재이고, 아파트는 사유재로 보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공공재는 국민이 사고팔 수 자산이 아니다 보니 정부의 노력한 만큼 국민에게 혜택을 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유재로만 보았던 아파트를 정부가 국민 주거 복지 차원에서 처음부터 공공재적 성격을 도입하여 적극적인 관심으로 정책을 펼쳤다면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아파트는 일반 단독주택과는 달리 주거 공간의 구조나 생활 방식에서 집단으로 사용하며, 이주의 편리성이 강조된 주거 형태이다. 따라서 거주자는 한 장소에서 평생 사는 것보다는 필요에 따라 이주하기 쉽고, 공동체적 협조가 크게 요구되며, 전세 제도의 특성상 주인과 입주자가 다르고, 공간 사용자도 자주 바뀌는 특성이 있다. 이에 주인이 아닌 사용자는 내외부 구조체, 시설, 마감을 쉽게 고칠 수도 보완할 수도 없다. 따라서 아파트는 등기상 사유재이지만 시설 및 설비의 공동체적 사용 방식, 구조체의 공유 및 지속적 안전 유지관리 등이 공공재적 성격에 매우 가깝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것을 단순히 개인 집, 부동산, 사유재로만 보고 공급 확대, 억제 등을 관리하다 보니 그 부작용이 많았고, 오히려 그 틈새를 이용한 투기자들의 부의 축적 수단으로 활용됐다.

지금의 아파트 가격과 품질 문제도 이미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닌데 이 또한 해결되지 않은 숙제이다. 한동안 3포 세대 중 하나가 ‘집포(집 사는 것 포기)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였지만, 이 또한 대안없이 씁쓸한 웃음으로 넘겼는데 요즘 그들이 ‘영끌 세대’로 변하여 혼돈의 시장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그 곳에서 미래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지만 다음 세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파트는 단순한 개인 투자용 부동산이 아닌 국민 주거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재적 자산으로 보아야 한다. 2021년에는 기성세대의 내 집 마련 고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밝은 정책이 발표되길 희망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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