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 사람의 이야기가 훈훈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 하나가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의 이야기, 83세의 이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 후 그 시절 몇 명 안 되는 여기자로 활동했으나, 전두환 정권 때 신문사가 폐간되는 바람에 목축업에 뛰어들었다. 목축업뿐 아니라 골재 채취, 부동산 등 그렇게 사업에 투신하여 돈을 많이 벌었다. 그리고 2018년 81세의 할머니임에도 서울 법대 동문인 김 모 변호사와 결혼을 했는데 재혼이 아니고 초혼이라는 데 관심들이 높았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지난 11월 말 766억원의 사재를 털어 카이스트에 기부한 것이다.
그는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 기증하지 않고 카이스트에 기부한 이유에 대해 ‘이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방송에 나와서도 우리나라의 절실한 과제로 과학 기술을 지적했다. 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과학기술이 발달되어야 하며 그것을 견인하는 목표로 노벨상을 제시한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모교를 제쳐놓고 카이스트에 거액을 기부한 것. 766억원은 카이스트 설립 후 최고의 기부 금액이다. 그런데 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참치 왕’으로 유명한 동원그룹의 김재철 명예회장이 500억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하여 감동을 주었다. 500억원 역시 카이스트 기부자 중 네 번째로 큰 금액이다. 그는 12월16일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에서 개최된 기부 약정식에서 ‘미국, 일본 등 AI(인공지능) 선진국의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에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AI는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는 김 회장의 기부금 전액을 AI 분야 연구와 인재양성에 사용할 계획이며 AI대학원 명칭도 ‘김재철 AI 대학원’으로 변경하는 등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AI 분야에서 나올는지 모를 일이다. 이렇듯 766억원을 기부한 광원산업의 이수영 회장이나 500억원을 기부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모두 표현은 달라도 공통된 뜻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학기술에 달렸다는 것이다. 노벨상을 간절히 소망하는 이수영 회장의 생각도 그렇고 미국, 일본의 치열한 AI 기술 경쟁을 긴장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김재철 회장의 생각도 그렇다.
사실 세계에서 385명이라는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은 제쳐두고 라도 우리의 경쟁국 일본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16명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물리학 분야에 9명, 화학분야에 7명의 과학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1명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수영 회장과 김재철 회장이 노벨 과학자의 탄생을 위해, 그리고 AI 선진국 진입을 위해 거액을 투척한 것은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어둡게만 보이는 이 시대에 큰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2021년 새해를 맞아 ‘다시 일어나자’는 기도 같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 백신 하나 제대로 해결 못 하는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80대 황혼의 나이의 두 기업인이 미래의 화두를 던진 것에 우리는 위안을 받는다. 희망을 갖는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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