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익명 기부자 올해도 등장…한파 속 ‘훈훈’

지난 24일 수원시 매탄4동행정복지센터에 '이름 없는 기부천사'가 전달하고 간 수제핫도그와 제과 등 음식. 수원시 영통구 제공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어려운 시기에 우리 옆집, 앞집과 맛있는 거 먹고 따뜻한 데서 자고 다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은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

경기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중년의 A씨는 크리스마스에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익명으로 성금 100만원을 기부했다. 어느 지역에 사는 몇 살의 누구인지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고 싶지 않다며 연락처 하나만 남겼다. 연락처를 남긴 이유는 성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전달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는 한파와 코로나19로 춥고 힘든 시기에 A씨와 같은 익명 기부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A씨는 이 역시 거부했지만 사흘간의 설득 끝에 결국 센터 내선 전화를 이용한 인터뷰에 응했다.

30일 통화로 만난 A씨는 유독 ‘그냥’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는 “제가 뭐라고 이런 통화까지 하는지…”라며 첫마디를 뗐다. 이번 기부는 올 초 버킷리스트를 세우면서 ‘그냥’ 계획했다고 한다. 당초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10만원씩 모아 총 120만원을 내는 게 목표였지만 사업상 어려움으로 20만원은 못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큰 금액도 아니고 별일도 아니라 정말 민망하고 부끄러워요. 오히려 목표치를 못했는데…”라며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어려운 이웃’이나 ‘약자’라고 칭할 만큼 제가 잘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필요한 곳에 알아서 써주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연말을 맞아 베일에 싸인 ‘얼굴 없는 천사’들이 경기도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광주시 경안동행정복지센터에는 지난 29일 한 중년 남성 B씨가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하고 성금이라며 현금 500만원을 기탁했다. A씨처럼 이름과 나이 등 신상 공개를 거절함은 물론 연락처조차 남기지 않았다. 경안동은 이 남성의 신상을 파악하진 못했지만 B씨가 수년째 익명으로 기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24일 수원시 매탄동행정복지센터에서도 익명의 기부자가 나왔다. 매탄4동에서 핫도그가게를 운영한다는 C씨는 손수 만든 핫도그와 파이 등 50인분을 들고 왔다. C씨는 “기부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런 것도 될지 모르겠다”며 식료품만 둔 채 떠났다.

이외에도 안산시청 앞 사랑의온도탑에 현금 307여만원, 안양시 평안동에 100만원, 가평군 청평면에 500만원 등 익명 기부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기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운 시기에 나눔으로 따뜻한 겨울이 되길 바란다”며 “익명의 기부자들도 얼어붙은 기부에 온기를 불어넣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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