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의료진 여러분, 당신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숨막히는 사투를 벌였다. 그 사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인천의 의료진은 공포가 엄습하는 코로나19 전쟁터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채 방어 축을 지켜내고 있다. ‘K-방역’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Test(진단), Trace(추적), Treat(치료) 영웅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침투 경로를 촘촘히 찾아냈고(Test),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방어진지를 구축(Trace)했다. 모두가 경험하지 못한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내가 이 전쟁을 반드시 막아내겠노라’며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Treat).

이렇게 1년, 북적이는 거리도, 반갑다며 두 손을 마주 잡는 우리만의 문화도 사라졌지만, 우리 국민은 분명히 보았다. 위기의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려는 영웅들을. 그리고 이제 그들이 보여준 희망으로 우리는 절망인 줄 알았던 이 칠흑 같던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려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최전방은 선별검사소다. 이곳은 매일 수천명의 사람들이 ‘혹시나’하는 걱정으로 다녀가는 곳이다. 최태임 동구보건소 감염병대응팀장은 2020년을 코로나19로 기억할 만큼 1년 내내 선별검사에 매달렸다. 쏟아지는 검사 행렬에 여름에는 온몸을 찌는 듯한 더위와,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싸우며 1년을 버텨왔다. 추워진 날씨 탓에 주민의 항의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그가 방역 최전선을 지킨 건 코로나19를 이겨내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최 팀장은 “주민의 컴플레인도 있고, 가끔은 주취객들의 훼방도 있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텨내고 있다”며 “백신 예방접종이 이뤄질 때까지 이 어려움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버티려 한다”고 했다.

선별검사소가 코로나19를 찾아내는 최전선이라면 역학조사는 코로나가 우리 삶에 더 퍼지지 못하게 막는 숨은 공신이다. 장한아람 인천시 역학조사관은 지난 1월 첫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이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잠 대신 추적이 일상으로 자리했고, 숙식 모두를 시 본청사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

매일 반복하는 역학조사 업무에도 장 조사관은 확진자가 사회에서 불필요하게 피해를 받거나 낙인찍히는 일이 없게 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다.

장 역학조사관은 “인천의료원에 입원했던 확진자를 일일이 병실로 찾아가 인터뷰했던 지난 2~3월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확진자의 두려움과 고통스러운 심정을 직접 경험한 것이 더 신중한 역학조사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했다.

확진자를 찾고, 추적한 후에는 이제 의료진의 시간이 시작된다. 의료진들은 확진자 치료를 위해 올해 휴가를 모두 반납했다. 이들에게는 삼삼오오 모여 그 좋아하던 삼겹살을 먹는 아주 조그마한 일상도 사치가 된 지 오래다.

박윤경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병동 수간호사는 “올해 코로나19로 집, 병원을 왕복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코로나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다”고 했다. 내 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날, 그 날을 위해 일상을 포기한 채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이들이 있기에 2021년 신축년(辛丑年) 희망이 보인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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