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해서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전해졌다. 중국에 전해진 불교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적 색채를 제시한 것이 천태종이다. 이 천태종의 주요사상 가운데 하나가 일념삼천설(一念三千說)이다.
이 ‘일념삼천설’은 사람의 한마음에 3천 가지의 가능성이 간직되어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온갖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사람은 선한 마음이 생기게 할 수도 있지만, 악한 마음도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의 용어를 사용한다면, 사람은 부처가 될 마음을 일으킬 수 있고, 또 동시에 지옥에 떨어질 마음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관점에서 자신을 이해한다면, 지금 내가 부처가 될 마음을 일으켰다고 해도 거기에 자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방심하는 순간에는 지옥에 들어갈 마음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을 바라본다면 좋은 일을 했다고 해서 거기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고, 계속 꾸준히 자신을 성찰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관용을 베풀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 사람이 지금은 나쁜 마음을 일으켰지만, 다음에 참회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마음을 생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념삼천설’의 의미가 정치인에게는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치인이 과거에는 정치인으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고 해도, 그것이 현재 그 정치인의 마음가짐을 잘 보여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간은 지옥에 갈 마음도 일으키지만, 동시에 부처가 될 마음도 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의 상황을 보면 정치인들의 말이 무성하다. 정치인은 입으로는 온갖 좋은 말을 쏟아내지만, 과연 그들의 진정성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주저된다. 재야에 있을 때 청렴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권력의 길에 들어선 뒤에 바뀐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일념삼천설’에 따르면 사람은 늘 바뀌는 존재이지만, 정치인은 그 가운데서도 그 변동의 폭이 더 심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늘 바뀔 수 있는 사람에 의지하고 기대할 것이 아니고, 제도를 잘 만들고 다듬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이 집권한다 해도, 잘못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고 섬세하게 다듬어 갈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정치상황을 판단할 때도 정치인의 말에 근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제도를 만들어내는지 주목해보자. 그러면 정치인의 말 잔치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의 진실을 좀 더 정확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병욱 불교학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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