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질병 볼모 정치는 성공하지 못한다...여야 모두 2020에서 배울 교훈이다

끔찍했던 코로나19의 해가 끝나간다. 경험하지 못한 질병의 한해였다. 그 고통이 여전한 새해가 될 것 같다. 확진자는 연일 1천명대를 기록한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세계 곳곳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코로나에 대한 인류의 대반격이다. 우리는 처져 있음이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원인이다. 뒤늦게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여유롭지 못하다. 이를 두고 나라가 혼란스럽다. 그 전면에 정치가 있다.

야권에 경고해 둘 게 있다. 질병을 볼모 잡는 정치는 필패다. 지난 4월 총선의 경험을 엄중히 기억해야 한다. 총선 한 달여 전까지 정치는 야권의 시간이었다. 코로나확산과 경제 침체, 국가 혼란이 야당엔 무기였다. 정부 여당의 무능을 키워드 삼았다. 여론도 그렇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총선이 임박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확진자가 줄고, 상황이 개선됐다. K 방역을 향한 세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결국, 야당은 참담하게 졌다.

코로나19 초기, 야권 내에서 ‘방역 협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태경 의원 등이 ‘코로나 방역에는 무조건 협조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서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면전에서 ‘미친 소리’라는 공격이 쏟아졌다. 돌아보면 그의 말이 옳았다. 정치 도리가 아니라 정치 기술 면에서도 그의 말대로 했어야 했다. 2020년 야권의 정치 성적표는 초라하다. 사상 최악의 총선 패배를 기록했다. 질병을 볼모 잡으려던 정치의 결과다.

정부 여당에도 똑같은 경고를 해 두려 한다. 방역 행정을 자랑삼으면 무너진다. 혹여라도 4월 총선 코로나 대승을 추억 삼는다면 이는 오판이다. 정치의 기계적 반복이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상황이 그때와 같지도 않다. 국가 경제는 기반부터 무너져 내렸다. 재난 지원금으로 커버 안 될 수준까지 왔다. 돈 몇 푼 준다고 여론이 돌아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K 방역은 이제 세계에 뒤처진 상징적 단어로 변했다. 4월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코로나 총선’의 달콤한 기억 속에 빠진 모습이 비친다. 백신 확보 과정과 대국민 홍보 과정이 그랬다. 대통령이 구매에 앞장섰다는 점을 과하게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 백신 접종 시작의 시기를 국면 전환의 시기로 삼는 느낌이 있다. 어차피 백신 구매는 선진국보다 늦었고 개도국보다도 늦었다. 자랑처럼 말하는 2월 접종이라야 이들보다 수개월 늦은 시작이다. 혹여라도 기획 홍보의 소재 삼으려 한다면 옳지 않다.

2020년이 하루 남았다. 코로나19라는 질병을 그대로 안고 새해로 넘어간다. 간곡히 그리고 엄하게 당부한다. 코로나19를 정치의 소재로 삼지 마라.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는 야당은 보궐 선거에 필패할 것이다. 극적 홍보의 재료로 계산하는 정부 여당은 감당 못할 난국에 이를 것이다. 2020년 대한민국 방역에는 여도 야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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