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정차해서 문 열어주는 게 힘든 일인가요?”
시흥시 은계지구에 사는 A씨(35)는 매일 아침 불 꺼진 2번 버스를 보고 한숨을 내쉰다. 2번 버스는 은계지구 남단 차고지에서 출발해 A씨의 직장이 있는 광명사거리를 지나지만, 정작 은계지구에는 정차하기 않기 때문이다. A씨는 퇴근 후에야 2번 버스를 타지만, 중간 지점인 승영사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만 은계지구로 갈 수 있다. A씨는 “2번 버스가 은계지구에도 선다면 한 번에 올 것을 갈아타서 오는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시흥시 은계지구 주민들이 눈앞에 두고도 탑승하지 못하는 2번 버스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2번 버스(스타필드시티부천~안양역)는 광명사거리역부터 광명KTX역, 광명 이케아, 광명 코스트코를 지나는 ‘알짜배기 노선’이지만, 은계지구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31일 시흥시 등에 따르면 최근 시흥시에는 시흥 은계지구 주민들의 ‘2번 버스 무정차’ 관련 민원이 일주일에 20건가량 접수되고 있다. 이들의 주된 민원 내용은 2번 버스를 은계지구에서도 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2번 버스가 은계지구를 정차하지 않는 이유는 시흥과 광명시의 입장이 갈리면서다. 앞서 2번 버스를 운행하는 광명의 B 운수 업체는 광명시와 함께 지난 8월에 이미 2번 버스의 은계지구 노선 연장을 경기도에 신청했다. 현 종점인 스타필드시티부천에서 은계지구까지 약 4㎞를 늘이는 안이다. B 업체는 지난해 은계지구 내 차고지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2번 버스의 마지막 정류장은 스타필드시티부천이지만, 사실상 출발과 도착은 이곳에서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흥시의 반대로 B 업체의 노선 연장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겨울동안은 은계지구에서 2번 버스 탑승이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2번 버스의 노선 연장안은 경기도 노선조정 분과위원회로 넘어간 심의 중인 상황인데, 대면으로 이뤄지는 심의가 빨라야 봄에 이뤄지고 결과 역시 심의 이후에나 나올 예정이어서다.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시흥과 광명시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탓에 서면으로는 심의가 어렵다”며 “대면 위원회는 내년 3월이나 늦으면 8월께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2번 버스 노선 연장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향후 논의될 추가적인 다른 노선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시민분들이 내막을 자세히 모르시고 민원을 접수하시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형수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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