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지금 온라인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여아 정인이를 추모하는 사연으로 뜨겁다. SNS, 인터넷 카페, 청와대 청원 게시판, 경찰서 홈페이지까지 슬픔과 분노가 가득하다. 생후 16개월 정인이는 입양된 지 10개월여 만에 하늘의 별이 됐다. 그 짧은 삶마저 양부모 학대로 고통 속에 숨져 많은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정인이는 왜 죽었나’ 편이 방송됐다. 정인이가 입양된 뒤 숨지기까지 271일간 겪었던 참혹한 학대의 흔적을 밝혔다.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온 지난해 10월13일 당시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되고 주요 장기가 손상돼 배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 양쪽 팔과 쇄골, 다리 등도 골절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이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양부모는 정인이가 “소파에서 놀다 떨어졌다”며 사고사를 주장했다.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와 진료했던 소아과 의사 등이 지난해 5월부터 아동학대를 의심해 3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이 때문에 관할 경찰서에는 “경찰이 아이를 죽였다” “경찰도 정인이 살인사건의 공범”이라는 비난 글이 폭주했다.
양부모는 지난해 1월 정인이를 입양하고 10월까지 지속적으로 학대했다.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 13일 재판이 시작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부모를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하고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이 땅에 태어난 귀한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출산율을 논할 자격은 없다’며 ‘어린 아기를 지켜주지 못한 제도적 시스템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네티즌들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로 아동학대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챌린지는 ‘정인아 미안해’라는 문구와 함께 쓰고 싶은 글을 적어 사진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각계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는 법원 진정서를 쓰자는 운동도 하고 있다. 정인이 사망 사건은 방관 경찰 등 사회시스템도 공범으로 작용했다. 입양 후 아이 상태 등을 수시 점검하고, 근본적으로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