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종류가 다를 뿐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그 난관들은 나의 미숙한 실수로 인해 생기는 것일 수도 있고 타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때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난관에 대처하는 방법과 과정에 따라 실패와 좌절을 맛보며 극복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마도 난관을 극복하는 힘은 자존감이 생성되는 어린 시절 긍정적인 경험의 축적 여부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동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 의존적인 성향이 강화되어 난관이 닥쳤을 때 누군가 해결해 주길 바라며 부정적인 경험이 많은 경우 문제를 회피하며 남의 탓으로 돌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경험이 많은 경우 능동적인 기질이 만들어지면서 문제를 마주하며 헤쳐나가려 노력한다. 이럴 때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도 크게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드물고 다음 행동의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다리> 그림책의 첫 장을 넘기면 산과 산 사이 강이 흐르고 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 있다. 왼쪽에는 곰이 다리를 건너가고 오른쪽에는 거인이 다리를 건너려 다가간다. 둘은 다리 한가운데서 마주치지만 다리는 비좁아 서로 지나칠 수 없다. 거인은 곰에게 강으로 뛰어내릴 것을 요구하고 곰도 거인에게 으르렁거리며 물러설 생각이 없다. 둘은 양보할 생각이 없고 상대가 비켜주길 바라며 으르렁대며 노려보는 사이 다리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둘은 생각 끝에 서로 꼭 껴안은 채 조금씩 서로 몸을 반대편으로 돌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돌아선다. 마침내 둘은 다리를 건넌다. 가고자 하는 목적에 달성한 둘은 어느새 상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둘의 주장대로 행동했다면 둘 중 하나는 불행을 겪지만, 난관을 포용으로 해결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이 얼마 되지 않는 페이지에 쓰인 짤막한 문장과 그림 안에는 난관의 대면과 대립,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아집과 설득, 협상과 해결방법의 모색, 사후의 처신까지 표현되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다. 사람 간의 소통이 금지되고 행동반경마저 제약이 따르니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예민해져 마치 곰의 으르렁거리는 모습이나 거인의 우격다짐 모습들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당분간 여전히 힘들겠지만, 우리 모두 조금 다른 시각으로 곰과 거인의 현명함에 공감해보는 것은 어떨까.
손서란 복합문화공간 비플랫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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