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추워도 집이나, 쉼터나 갈 곳이 없으니 길에서나마 어떻게든 버텨야죠.”
최근 내린 폭설이 고스란히 쌓여있을 정도로 동장군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9일 오후 9시 수원역환승센터 주차장. 이곳에서 만난 A씨(47)는 팔달산 약수터와 수원역을 오가며 8년째 노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그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수원역을 찾았다. 오후 8시30분에 수원다시서기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에서 무료급식 배식을 한 탓이다. A씨는 롱패딩과 등산화, 장갑 등으로 겨울을 준비했지만 북극 한파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그는 “(겨울에는) 이불과 침낭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자지만 날이 추워지면 교회 빈 화장실을 찾아 네다섯 시간 찬 공기가 몸에 스미는 걸 막는다”며 온몸을 감싸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성남시 모란고가교 밑 노숙인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모란역 12번 출구와 불과 30m 떨어진 모란고가교 밑에서 B씨(44)는 골판지와 서너 장의 이불로 한파를 견뎌내고 있었다. 성남대로를 오가는 차들로 칼바람이 불었지만 B씨와 도로 사이에는 가드레일과 종이상자가 전부였다. 주위에는 추위로 딱딱하게 굳은 핫팩 세 개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고 생수병은 하얗게 얼어 있었다. ‘혹시’ 하는 걱정에 성남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은 한파 특보마다 이들 노숙인을 찾고 있다. 며칠째 머리를 감지 않은 행색의 B씨는 이불 밖으로 고개만 내민 채 센터 직원들에게 “양말 몇 켤레를 줄 수 없냐?”고 물었다.
이처럼 아침 기온이 영하 15.8도까지 내려간 혹독한 추위 속에서 노숙인들은 골판지 몇 장으로 바람을 막으며 강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경기지역 거리 노숙인은 214명이다. 수원시가 98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성남시(62명), 안양시(24명), 의정부시(21명) 순으로 집계됐다. 도와 시ㆍ군은 한파 특보 시 겨울철 사고를 대비해 노숙인들이 종합지원센터나 일시보호시설에 입소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수원시는 코로나19로 중단된 무료급식소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노숙인 취침장소로 개방하고 있으며, 성남시는 상담을 통해 일시보호시설, 고시원 등을 이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겨울을 대비해 거리 노숙인들에게 핫팩 등의 방한용품과 코로나19 대비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파 특보로 시ㆍ군 권역별 인원을 늘려 노숙인들에 대한 순찰과 상담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령ㆍ장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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