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상인 보호’라는 명목하에 대형마트에만 적용돼 온 월 2회 의무휴업이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까지 확대되고, 코로나19 시대에 소비자 편익에 앞장 섰던 이커머스 업계에도 영업시간 규제 등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 등의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은 의무휴업 확대와 상권영향평가 대상 업종 확대, 점포 등록 허가제 전환 등의 입지 규제 등 관련 규제 법안만 14건에 달한다.
유통법 개정안 처리 등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지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업이 큰 타격을 받은 만큼 법안 강행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등은 물론 이곳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인근의 상권까지 매출 감소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에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매출이 급감했고, 신규출점 자체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규제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이는 고스란히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커머스 시장을 규제하는 개정안도 이달 발의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커머스 시장에도 ‘의무 휴업일’이나 ‘판매 품목ㆍ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에 그동안 규제 대상에 들지 않았던 이커머스 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 편익이나 대규모 유통업체에 입점해 영업하는 소상공인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단순히 ‘소상공인-대기업’의 이분법적인 방식으로만 규제안을 마련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간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던 만큼 이커머스 시장 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고 규제의 필요성도 있지만 쏟아지는 규제안들에 비해 이커머스 산업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선행돼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면적 규제가 시행될 경우 단기 충격을 버텨낼 수 있는 소규모 업체의 피해가 더욱 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을 살리고자 유통업계를 죽이는 규제보다는 상생을 모색하는 방안이 무엇보다 선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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