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환자 1주일에 1천명씩 몰리지만, PCR물량은 40명분 뿐…의료 붕괴 우려

인천의 주요 병원 응급실의 코로나19 응급 PCR(유전자 증폭) 검사 시약이 턱없이 부족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과 병원의 방역 체계가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의료 공백까지 부를수 있는 만큼 정부가 수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인천 의료계에 따르면 인천의 대형 병원 응급실에는 매주 1천명 이상의 긴급 환자가 찾는다. 가천대 길병원에는 1일 평균 150명이, 인하대병원에는 평균 200명이 찾아온다.

응급실을 찾는 긴급 환자는 약 1시간 30분이면 결과를 알 수 있는 응급 PCR 검사를 통한 신속한 코로나19 감염 확인이 필수적이다. 평균 9시간 이상이 걸리는 일반 PCR 검사를 하면,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치료에 나서는 의료진은 물론 병원까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응급 PCR 검사 시약 부족은 환자의 병동 분류 지연으로 이어지며 신규 응급환자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아예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의료체계 마비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이 공급받는 응급 PCR 검사 시약은 1주일에 40여개가 전부다. 이는 1주일 평균 응급실 내원 환자의 약 4% 수준이라 각 병원에서는 제한적으로 응급 PCR 검사를 하고 있다.

길병원은 신속한 수술 또는 시술이 필요한 중증 응급 환자에 대해서만 응급 PCR 검사를 하고 있지만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길병원에는 중증 응급 환자만 1일 평균 10명이 내원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응급 PCR 검사 시약이 약 6개 정도라 10명 중 4명은 일반 PCR 검사를 받는다. 인하대병원에서도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한 응급 환자에 대해서만 응급 PCR 검사를 하고 있다.

특히 이들 병원들은 응급 PCR 검사 시약 부족으로 촌각을 다투는 중증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도 확인하지 못한채, 수술·시술을 하는 실정이라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 우려까지 낳고 있다. 만약 환자가 수술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인 병원의 방역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인천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응급 PCR 검사가 없으면 응급 환자를 음압 수술실에서 수술해야 하는데 음압 수술실도 결국 일반 수술실 내에 있어 이동 간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응급 PCR 검사 시약이 부족한 건 시약을 대부분 미국 등 해외에서 수입해오는데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수입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앙정부는 응급 PCR 검사 시약 확보를 일선 병원에만 맡겨놓은 상태다. 전문가는 중앙정부가 응급 PCR 검사 시약 확보 주체로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용수 가천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 PCR 검사 시약은 응급실에서 정말 중요하다”며 “중앙정부에서 수량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일부 해외 응급 PCR 검사 시약의 국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조사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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