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지급 의무를 회피하는 ‘나쁜 부모’들이 많다. 지난해 7월 중학교 1학년인 A군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버지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A군이 9살 때 이혼한 아버지는 A군과 어머니가 지난해 3월 양육비를 달라며 찾아가자 오히려 주거침입이라고 신고했다. 방송인 이다도시가 이혼 후 10년간 양육비를 주지않은 전 남편의 신상을 ‘배드파더스’에 공개하기도 했다.
‘배드파더스(Bad Fathers)’는 자녀 양육비를 주지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정보를 제보받아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이혼 과정에서 법원 판결문이나 각서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거부하고 있는 부모다.
한국의 양육비 이행률은 매우 낮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 실태조사’를 보면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못 받는 한부모 가정이 79%에 달한다. 전 배우자가 주소나 전화번호를 바꾸면 연락할 방법도 없고, 혼자 아이 키우며 생활하느라 양육비 청구 소송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가부가 이런 부모를 위해 2015년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만들었다. 국가가 한부모를 대신해 양육비 소송부터 채권 추심, 이행 점검까지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양육비 강제이행명령제를 활용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제 지급된 경우는 지난해 기준 35.6% 정도다.
양육비 미지급은 처벌이 미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강력한 처벌이 감치명령이다.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 위반시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징역형까지 부과한다. 미국은 운전면허증, 사업면허증, 전문직면허증 등 면허증 제재 조치도 하고 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개정 공포안이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7월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았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1년 안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출국 금지와 명단도 공개된다.
부모가 헤어졌다고 양육비를 안주는 것은 파렴치를 넘어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다. 양육비 미지급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만큼 아동학대나 다름없다. 양육비 이행법을 통해 한부모 가정의 고통이 줄어들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