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아트스페이스 J, 전정은·정지필 2인전 'TRACE' 개최

정지필, 더 뜨거운 태양 0002, 53x53cm, Archival pigment print on a light box, 2019

영어 단어 ‘Trace’는 ‘자취’, ‘흔적’이라는 명사적 의미로 유명하나 동사로는 ‘무언가의 기원을 추적해 가는 행위’를 뜻한다. 특정 대상의 기원을 추적하는건 예술가의 숙명과도 비슷하다. 태생적으로 갖춘 예민한 감성과 예리한 시각으로 끊임없이 세상에 ‘작품’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전정은, 정지필 작가는 저마다의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고자 성남 아트스페이스 J에서 2인전 <TRACE>를 다음달 25일까지 연다.

▲ 정지필, 태양의 자화상 0019, Digital print, 100x100cm, 2016
정지필, 태양의 자화상 0019, Digital print, 100x100cm, 2016

두 작가는 저마다 인간이 만들어낸 풍경과 본성, 시각과 인식간 상관관계 고찰을 주제로 한 사진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전정은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풍경 속에서 이들이 만들어낸 흔적에 주목했다. 전 작가의 대표작인 <이기적인 풍경> 시리즈는 시간과 공간이 각기 다른 실제 풍경을 카메라에 담은 뒤 디지털 처리를 통한 반복 복제로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풍경을 담고 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거나 인위적으로 조작된 내부 공간과 창 너머 자연 본래의 쓸쓸한 풍광을 개성있게 공존시켰다. 그는 “이기적인 풍경 시리즈로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자연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아이러니함과 이기적인 본성을 담으려했다”라며 “관객들이 실재가 사라진 시뮬라르크 세계 속에서 이미지의 실재가 부재하는 실재감과 현실이 부재하는 현실감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전정은, Landscape of egoism #06, 96x75cm, Inkjet print, 2007
전정은, Landscape of egoism #06, 96x75cm, Inkjet print, 2007

정지필 작가는 사진의 어원이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점에 착안한 작품을 준비했다. 일례로 정 작가의 <태양의 자화상>은 필름 대신 나뭇잎, 해조류 등을 넣고 짧게는 1초에서 길게는 한 주 동안 태양의 모습을 찍어낸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봄’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인 태양의 지속적인 변화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와 그에 따른 인식도 늘 가변적일 수 밖에 없음을 보인다. 전반적인 정 작가의 작품세계는 ‘봄’이란 사물에 빛이 반사된 물리현상이며 빛의 근원은 태양이기에 지구의 모든 현상은 태양의 빛에 의해 그려지는 하나의 거대한 사진임을 알린다.

 

▲ 정지필, Spectra, variable size, C-print, 2020
정지필, Spectra, variable size, C-print, 2020

<더 뜨거운 태양>도 ‘태양의 온도가 지금과 달랐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물음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NASA가 위성으로 촬영한 실제 태양 사진에 태양의 온도가 현재보다 더 뜨겁거나 차가울 때의 모습을 포토샵을 이용해 상상으로 재구성했다. 지난해 완성한 <더 뜨거운 태양>과 <스펙트라> 연작은 다수의 태양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를 가정한 초상 사진이다. 가상의 태양 역을 맡은 인공 조명이 만들어내는 색 변화에 따라 각 인물의 모습이 시시각각 교차하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만들어 낸다.

▲ 전정은, Landscape of egoism #24, 96x120 cm, Inkjet print, 2008
전정은, Landscape of egoism #24, 96x120 cm, Inkjet print, 2008

아트스페이스 J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인식과 본성을 고찰할 수 있었다”라며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이기심에서 유래된 현상의 해결책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도 담아 코로나19 시국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전정은, Landscape of egoism #27, 96x120 cm, Inkjet print, 2008
전정은, Landscape of egoism #27, 96x120 cm, Inkjet print, 2008

권재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