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경제이슈] 탄소중립과 경제

파리기후변화협약(2016년 발효)과 UN기후정상회의(2019년)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탄소중립이 글로벌 의제로 대두됐다. ‘탄소중립’이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이고,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순(net)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국제사회는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으나, 세계기상기구는 2020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 높을 것이며 2024년까지 적어도 한 해는 1.5℃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기후위기 대응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EU의 경우 2019년 12월 발표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서 에너지, 산업, 건축, 수송 분야에서의 탄소 저감조치를 발표했으며, 2030년까지 최소 1조 유로를 투자하기 위한 재원마련 계획을 제시했다.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던 미국도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취임으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EU와 마찬가지로 탄소국경조정(탄소세) 도입을 시사해왔으며, G20 국가들에게 해외 고탄소 발생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국제질서 전환에 발맞춰 지난해 10월28일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경제구조의 저탄소화와 저탄소 신산업 육성, 취약산업과 계층에 대한 지원 등의 정책 방향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같은 해 12월7일 발표했다.

우리 경제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28.4%)은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8.4%)을 중심으로 주요국(EU 16.4%, 미국 11.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경제규모(명목 GDP)와 동조화하면서 가파르게 우상향하는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G20 평균의 2배에 이르고, 배출량 예상 감소폭은 G20 하위 5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속도는 하위 2위에 머무르고 있다.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고통과 부담이 따른다. 화력발전이나 내연차 등 기존 산업의 기반이 약화되면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고 EU, 미국 등이 탄소국경조정을 도입할 경우 석유화학, 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배터리·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0년, 우리나라 인구가 60% 증가하는 동안 에너지 소비는 열 배, 화석연료 사용은 아홉 배 증가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사회·경제구조의 대전환 등 더 늦출 수 없는 변화들에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임정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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