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민과의 거리두기?

김규태 경제부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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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국민성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꺼내는 말이 바로 ‘빨리빨리’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것도,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삼성 및 현대기아자동차 등 초일류 기업을 만들어 낸 것 역시 ‘빨리빨리’ 국민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그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체로 급하고, 계획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은 맞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시켰다. 이렇게 되자 유흥업소 등 집합금지 시설 외에도 헬스장과 필라테스,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의 영업이 중단됐다. 참다참다 참지 못한 해당 시설 자영업자들이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생계 앞에선 ‘보살’도 ‘성인군자’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됐다. 오후 6~9시까지 음주를 사랑하는 이들은 술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신다. 다닥다닥 붙어서 마시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시간과의 싸움일 뿐. 그 전투의 현장에 코로나는 없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헬스와 필라테스 등 상당수의 실내체육이 개인 운동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 역시 일반음식점 수준을 넘어선다. 지속적인 거리두기는 내 삶과 가족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쯤되면 ‘국민’과의 거리두기라고 할 수 있겠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가난과 굶주림 앞에서 모두가 장발장이 될 수 있다. 이제 숨통을 트여줘야 할 시간이 왔다. ‘빨리빨리’의 국민성을 가진 이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계속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정부는 이제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에게 형식적인 거리두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빨리빨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난 민심이 항상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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