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대예방경찰관 인력 충원하고 전문성 높여야

16개월 여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 아동학대에 대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담인력도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져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아동학대 사건은 조사자들의 역량 발휘가 특히 중요하다. 피해자가 의사소통이 어려운 유아일수록 전문성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신고를 해도 해당 아동 10명 중 9명 정도는 다시 학대 부모 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등이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 등으로 옮기지 않고 가해 부모에게 돌려보내면서 재학대를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정인이에 대한 학대 조사가 3차례 진행됐지만 양부모로부터 분리되지 못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아동학대로 분류된 사례는 총 2만3천89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학대 가해자와 피해 아동 간 분리가 이뤄진 사례는 약 14%인 3천482건에 불과했다. 신고 초기 아동을 분리할지는 경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현장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이들은 학대 피해를 확인하거나 재학대 위험이 급박·현저한 경우 피해 아동을 비롯해 이들의 형제·자매 아동을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 보호시설 및 의료시설 인도 등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장 도착과 학대가 이뤄진 시점간 시간 차가 있는 경우가 많고, 아동이 직접 피해 사실을 소명하기 어렵다는 사건 특성상 학대 정도가 과소평가되기 쉽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발생 위험이 다각적으로 평가돼야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경찰의 경우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APO 1명이 담당하는 아동 수가 6천321명에 이른다. 경기경찰은 APO가 159명으로, APO 1명이 아동 9천694명을 맡고 있다. 경기도내 아동학대 신고가 연간 4천여건임을 고려하면 학대 신고가 들어와도 APO가 곧바로 정밀 수사하기가 쉽지않다.

APO제도는 2016년 4월에 신설된 전문경찰관 제도다. 전문경찰관은 아동 및 노인학대·가정폭력의 예방 및 수사, 사후관리를 통한 재발방지, 피해자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정인이 사건에서 APO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APO 전문성과 제도의 실효성 비판이 일고 있다. APO가 아동학대뿐 아니라 가정폭력까지 담당하다 보니 담당 인력이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업무 피로도가 높아 기피보직 1순위로 꼽힌다고 한다.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APO 경찰관의 인력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충원하고 전문성 향상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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