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 A씨가 거주지 집을 나선건 15일 새벽 4시다. 4시간 가까이 차를 운전해 포항시 죽도시장에 도착했다. 그때 수원에 있는 직장 상사에게 긴급한 통보를 받았다. 직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회사 대표는 A씨에게 즉각적인 검사와 함께 결과 통보를 지시했다.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지 검사였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는 선별진료소에서는 오전 검사가 더 빠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수소문 끝에 가장 가까운 선별 진료소를 찾았다. 포항 북구 보건소 마당에 설치돼 있었다. 오전 9시 40분쯤 진료소에는 검사자 3명만 있었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A씨가 접수를 하면서 간단한 구두 문진을 했다. 회사 동료의 확진 사실과 시간을 다퉈 포항에서 검사를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돌아온 답변이 어처구니없었다. “주소지에 가셔서 검사하시라”고 했다. 당장 불안하니 검사를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답변은 같았다.
이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진료소 검사를 받은 당사자는 검사와 동시에 격리돼야 한다. 방역 당국으로부터는 추적을 받는 신분이 된다. 그래서 검사 때 개인 정보 공유 동의를 표한다. 위험 인자에 대한 방역 관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진료소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관리도 안 된다. 지역 곳곳을 멋대로 돌아다녀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런 위험성까지 설명하며 부탁했지만, 진료소 관계자는 끝내 거부했다.
그날, A씨가 물었다. “주소지가 다른 사람은 검사하지 말라는 규정이나 방침이 있느냐.” 방역 관계자가 답했다. “죄송한데 주소지로 가서 해주시면 좋겠다.” 규정도 방침도 설명하지 못했다. A씨가 또 항의했다. “포항에서 계속 돌아다니면 큰일 아니냐.” 그 관계자가 답했다 “말씀은 충분히 이해를 하겠는데, 그래도 주소지로 가셔서 검사해주시면 좋겠다.” 결국 A씨는 4시간 만에 용인시로 돌아와 검사를 받았다. 그 4시간, A씨는 ‘관리 안 된’ 위험 인자 상태였다. 대신 포항시는 확진자 가능성 높아 보이는 외지인 한 명의 검사를 회피할 수 있었다.
내 시민이면 검사해주고, 남의 시민이면 검사 안 해주고…. 어처구니없는 ‘코로나19 검사’ 구별법이다. 용인시 코로나와 포항시 코로나가 다른가. 용인시 검사 방법과 포항시 검사 방법이 다른가. 용인시 방역 수칙과 포항시 방역 수칙이 다른가. 그럴 리가 없잖나. 똑같은 질병, 똑같은 검사, 똑같은 방역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검사 거부의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확진자 수 관리다. 이게 아니라는 어떤 설명도 포항시 북구에서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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