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일은 18일 오후다. 직후부터 외신이 일제히 삼성의 위기를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의 최상층부에 ‘공백을 만든 선고’라고 평했다. 통신은 “이 부회장 부재로 대규모 투자나 전략적 중장기 움직임은 지연되거나 복잡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 최대 기업의 경영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논평했다.
일본은 교도ㆍ지지통신을 비롯해 주요 언론이 이 부회장 실형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삼성의 앞날에 대한 우려는 일본 언론의 일관된 평이다.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기업과의 사투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외신이 공통으로 우려를 표한 또 다른 부분은 상속과 승계 불확실성이다. 고 이건희 회장 유고 이후 답보 상태인 경영 승계를 공통으로 지목했다. 가장 큰 위기의 진앙으로 본 것이다.
삼성의 국내 위치는 다른 기업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2020년 매출은 236조원이다. 2위 현대차가 104조원에 불과하다. 영업 이익을 보면 더 일방적이다. 2020년 영업이익은 36조원이다. 나머지 10대 기업 영업 이익을 다 더한 것에 두 배가 넘는다. 최근 대한항공이 족벌 경영 체제를 해체당했다. 일부에서는 삼성그룹도 향후 그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정말 철딱서니 없는 소리다. 국운을 걸고 도박하자는 얘기다.
삼성의 국제시장에서의 위기는 더 크다. 블룸버그통신의 주장처럼 이번 삼성 경영 공백은 ‘코로나19가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대외 신인도 하락과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상황임을 우려한 지적이다. 여기에 이번 판결이 직접적으로 미칠 여파도 있다. 강조되고 있는 글로벌 기술ㆍ수주 경쟁에서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다. 특히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 적용 여부는 최대 시한폭탄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부터 수사를 받았다. 그 4년간 구속영장 기각, 발부, 실형 구속, 집행유예 석방, 실형 구속을 반복했다. 불법 승계를 찾아내겠다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도 비슷한 시기부터 시작됐다. 회사 압수수색, 관계자 구속, 실형 선고 등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이 본 모습은 어제 법정 구속이 전부다. 실제 삼성의 내상은 훨씬 오래됐다. 문재인 정부 4년 내내 수사받고 재판받았다. 4년 수사에 안 넘어가는 게 용할 정도다.
‘삼성은 끄떡없다’며 총수 엄단을 촉구하는 이들이 있던데. 총수 엄단이야 주장할 수 있다고 치자. ‘삼성은 끄떡없다’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혹시, 반시장ㆍ반기업에서 출발하는 사회개혁 논리에서 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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