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위 시한폭탄 견인차…위급상황 ‘갓길’은 견인차 주차장

지난 22일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인근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갓길에 견인차가 정차해 있다. 장건기자
지난 22일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인근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갓길에 견인차가 정차해 있다. 장건기자

“고속도로 갓길 주차가 불법인 건 알지만, 사고 현장에 빨리 가려면 어쩔 수 없어요.”

지난 23일 오후 1시56분께 경부고속도로 판교IC 서울방향 5.2㎞ 지점 갓길에는 견인차 5대가 빼곡히 정차해 있었다. 이들 견인차는 차량 고장이나 위급상황 시 사용돼야 할 고속도로 갓길을 지정 주차장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같은 날 평택시 비전1동 인근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안성IC 서울방향 갓길과 안산IC 인근 갓길도 견인차들의 쉼터로 전락했다. 특히 폭 3m 남짓한 안성IC 인근 갓길에 불법 정차한 견인차들은 시속 80㎞ 이상으로 내달리는 도로와의 거리가 불과 30여㎝밖에 되지 않아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또 갓길뿐만 아니라 안산IC 서평택ㆍ음성진입로도 견인차의 불법 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견인차들이 진입로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이곳 도로에 진입하는 차량들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경부고속도로 안성IC 인근 서울방향 갓길에 견인차가 불법 주차돼 있다. 장건기자
지난 23일 경부고속도로 안성IC 인근 서울방향 갓길에 견인차가 불법 주차돼 있다. 장건기자

견인차 기사 A씨(46)는 “갓길 주차 등이 불법인 것을 알고 있으나 대기할 곳이 마땅치 않아 갓길을 이용하고 있다”며 “상황이 걸리면 (갓길에서) 바로 사고 현장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 B씨(60)는 “다른 견인차보다 빨리 가기 위해 갓길에 주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급상황 시 사용돼야 할 고속도로 갓길이 견인차들의 지정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고 위험이 큰 고속도로에서 장기간 대기하는 견인차들의 불법행위로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견인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견인업체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일어나는 고속도로 갓길 주차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선 수시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견인차의 불법 행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이 견인차를 포함한 특수차 등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 단속 건수는 2018년 2만5천662건, 2019년 2만6천285건, 2020년 2만6천286건 등 최근 3년간 모두 7만8천여건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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