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서울로 출근할 때마다 터미널까지 와서 표를 끊을 수도 없고,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어요”
26일 오전 8시 이천시 중리동의 이천터미널.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 사이로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7시50분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 시간을 놓쳐 한 시간 뒤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20여명의 사람들이 모며 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할머니는 혹여 버스를 놓칠세라 한시도 승강장을 떠나지 못했다. 21만여명이 거주하는 이천시는 서울로 운행하는 광역버스가 단 한 대도 없어 시민들은 고속버스로 출퇴근해야 한다.
같은 날 오후 4시 양주시 덕정역 버스정류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람들은 언제 올지 모르나 반드시 타야 하는 G1300번(덕정역-잠실역)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구 23만명이 사는 양주시는 하루 4천700여명이 서울로 출근하고 있으나 서울행 광역버스는 1개 노선 18대에 불과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로 출근하는 이은정씨(27)는 “광역버스를 한 번에 탄다고 해도 잠실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출근길이 진짜 지옥길 같다”며 “하루빨리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 노선이 다양하게 신설되길 바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와 국토교통부의 ‘광역버스 국비 분담 50%’ 합의안이 기획재정부의 반대(본보 25일자 2면)로 실행되지 못하면서 시민의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도는 앞서 지난 2019년 5월 국토교통부와 협의, ‘광역버스 국가사무화’를 위한 국비 50% 분담에 전격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국토부의 관련 예산(67억5천만원 중 27억원 삭감)을 축소 편성하면서 3월 추진 예정이었던 6개 시ㆍ군 광역버스 신설 시범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광역버스 신설 시범사업 대상 시ㆍ군은 ▲용인시 남사아곡~서울역 ▲양주시 덕정역~서울역 ▲시흥시 능곡역~잠실역 ▲이천시 이천터미널~강남역 ▲광명시 광명역 6번출구~인천대학교 공과대학 ▲김포시 강화터미널~신촌역이다. 도는 해당 지역에 총 100여대의 광역버스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들 지역은 신도시 건설 등으로 출퇴근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광역버스 노선이 신설되지 못하면 시민들은 계속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런 가운데 기재부는 국토부와 경기도의 합의를 중앙부처 공식 합의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토부와 경기도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와의 합의는 아니다”면서 “광역버스 신설 노선 사업에서 30% 이상의 국비는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국토부와 지자체가 합의한 내용을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수익이 없어 지자체의 적자 부담이 크다. 향후 국토부와의 협의를 통해 광역버스 국가지원 비율을 명문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위원장 김명원)는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버스 예산 분담 비율과 관련, 정부가 지자체와 합의한 내용을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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