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SK 아쉬워”…첫 황금기 연 조범현 전 감독

2003년 2대 감독으로 취임, 4년간 ‘SK 왕조’ 기반 다져

▲ 조범현 감독_경기일보 DB

“SK 와이번스는 제가 첫 지휘봉을 잡은 팀으로 추억과 애정이 많은 팀입니다. 하루아침에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신세계가 역사와 인프라를 잘 계승해 발전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의 첫 황금기를 이끈 조범현 전 감독(60)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팀을 추억하며 아쉬움과 기대감을 밝혔다.

조 전 감독은 KBO리그 초창기를 대표하는 수비형 포수였다. 감독으로서는 2009년 KIA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명장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바로 SK 감독 시절이다.

지난 2003년 조 전 감독은 강병철 감독에 이어 SK의 2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취임과 동시에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이후 정우람, 윤길현, 정근우, 최정, 김강민, 박재상 등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해 ‘SK 왕조’의 기반을 만들었다. 과거 삼미, 청보, 태평양 등 연고 야구단의 부진에 현대의 연고지 이적 추진으로 자존심이 상한 ‘구도(球都)’ 인천 야구팬에게 큰 행복을 안겨줬다.

조 전 감독은 “당시 SK는 6~8위권에 머물렀지만 선수들의 가능성과 의지가 높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줬는데 이들이 기대에 부응해줘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세계는 재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인만큼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줄 거라 믿는다”라며 “김원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이라 심적으로 흔들릴 수 있겠지만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의기투합해 인천 야구팬에게 힘이 돼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 전 감독은 자신이 초대 사령탑을 맡았던 KT 위즈를 향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조 전 감독이 창단 초기 FA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경수, 유한준, 장성우 등 베테랑들은 물론 육성 자원인 김재윤, 고영표, 심재민, 송민섭 등도 저마다 제 몫을 하며 최근 2년간 팀의 창단 첫 5할 승률과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조 전감독은 “KT는 이강철 감독이 오랜 코치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해 외국인 타자 로하스의 이탈을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KT와 SK 모두 올해 가을야구에 동반 진출해 경ㆍ인 야구팬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 전 감독은 현재 이천 모가중에서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과 매일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전국 학교를 순회하며 포수의 기본기 다지기와 훈련량 확보, 인성 함양 등에 노력을 기울이며 학원 야구 발전에 힘쓰고 있다.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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