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마스크 쓴 고양이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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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남 진주 국제기도원 관련 확진자가 기르던 고양이 한 마리가 감염됐다. 주인이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돌봄장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단검사한 결과 감염이 확인됐다.

지난해 3월 홍콩에서 세계 최초로 반려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 국외에선 코로나에 감염된 반려동물이 기침,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보고됐다. 일각에서 반려동물이 ‘코로나19 숙주’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세계보건기구 등은 이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중수본도 “세계적으로 인간에게서 반려동물이 감염된 사례가 몇건 보고됐지만, 반려동물로부터 인간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

인류 감염병 역사에서 페스트, 에볼라, 탄저, 말라리아, 황열, 메르스, 사스, 지카열 등 많은 감염병의 등장과 확산에 조류, 박쥐, 쥐, 원숭이, 침팬지 등의 동물이 관여됐다. 코로나19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양이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과잉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다만 방역당국은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하는 많은 사람이 불안감을 느껴 반려동물 감염 사례 여파를 조사 중이다.

동물이 사람에게, 거꾸로 사람이 동물에게 병원체를 퍼트릴 수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 그것이다. 바이러스든, 세균이든, 기생충이든 병원체를 가리지 않는다. 수의학계를 중심으로 ‘원 헬스(One Health)’를 강조하며 이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원 헬스는 ‘사람의 건강은 동물의 건강과 직결되며 동물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뜻이다. 이는 동물과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지는 감염병ㆍ전염병 뿐만 아니라 유해화학물질 등 건강 유해인자의 경우도 사람보다 반려동물이 먼저 반응해 질병을 앓거나 사망하는 사례에서 잘 입증되고 있다.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거나 밀접접촉으로 집에서 격리생활 하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가까이 하지 않는 등 동물방역에도 신경은 써야 한다. 개나 고양이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동물에게 직접 소독제를 뿌리는 것도 금물이다. 동물감염을 계기로 유기가 늘어날까 걱정이다. 방역당국은 반려동물 관리 지침을 마련해 불안과 혼란을 막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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