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시작하자 불행해진 고등동 ‘행복주택’…사다리차 진입 불가?!

1일 입주가 한창인 수원 고등C1블록 행복주택의 지상도로가 협소해 사다리차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일부 주민들이 이사에 불편을 겪고 있다. 장희준기자
1일 입주가 한창인 수원 고등C1블록 행복주택의 지상도로가 협소해 사다리차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일부 주민들이 이사에 불편을 겪고 있다. 장희준기자

최근 입주가 시작된 수원 고등C1블록 행복주택에 사다리차 진입이 불가능해 주민들이 이삿짐을 일일이 엘리베이터로 옮기는 불편을 겪고 있다.

1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에 위치한 행복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건축한 이곳은 총 2개동에 500세대가 들어올 예정으로, 지난달 29일 입주를 시작했다. 폭 6m의 비교적 좁은 지상도로를 가득 채운 트럭에선 냉장고, 소파, 침대 등 대형 가전제품이나 가구들이 내려지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규격이 큰 물건들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고층으로 이동하지만, 이곳에선 주민들과 배송 직원들이 좁은 통로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이삿짐을 하나하나 옮겨야 했다. 관리사무소 측에서 사다리차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삿짐이 바쁘게 오가는 건물 현관과 엘리베이터 문 곳곳엔 ‘소방도로 협소, 사다리차 사용 불가’라고 적힌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이 종이는 지난달 27일 입주 전 청소를 위해 아파트가 사전 개방됐을 당시 일부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입주 예정자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뒤늦게 사다리차 사용 불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복주택에 신혼살림을 차렸다는 직장인 L씨(30)는 “냉장고, 침대 등을 올리려고 입주 날짜에 맞춰 사다리차를 불러 놨는데 입주를 코앞에 두고 사다리차 사용 불가라고 알려주면 어떡하느냐”며 “입주자들에게 일괄적으로 공지한 것도 아니고 종이만 달랑 붙여놓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입주를 시작한 수원 고등C1블록 행복주택 곳곳에 사다리차 사용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희준기자
지난달 29일 입주를 시작한 수원 고등C1블록 행복주택 곳곳에 사다리차 사용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희준기자

반면 관리사무소 측은 충분한 공지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측에서 제시한 입주 안내서엔 작은 글씨로 ‘일부 동호라인은 사다리차 접근이 어려울 수 있으니 사전에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사다리차 접근 가능 여부를 확인하라’고 적혀 있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화재 상황을 대비해 사다리차 사용을 막았다”며 “문서에 확인하라고 적혀 있었으면 주민들이 미리 확인했어야 맞다”고 반박했다.

해당 안내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지난 11월 입주 예정자에게 배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당시 문서에는 정확한 사다리차 사용 가능 여부가 명시된 것이 아니었고, 현재 입주가 시작되자 안내서에 적힌 ‘일부’가 아닌 ‘전부’ 사다리차 진입이 불가능한 탓에 행복주택에 들어서는 주민들의 첫 발걸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일부 안내가 미흡했던 점이 있는 것 같아 죄송하다”며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심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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