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농장이 낸 살처분 집행 정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행정2부는 남양주시 한 농장이 시를 상대로 낸 살처분 명령 집행 정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농장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살처분 집행 또는 절차를 긴급하게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오히려 살처분 집행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의미가 특별한 결정이다. 방역 규제인 살처분 기준에 대한 법원 의견이 담겨 있다. 남양주에서 닭 1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원고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지자체가 살처분을 명령했다. 문제는 변경된 강제 살처분 범위다. 2018년까지는 500m 내는 살처분 강제, 3㎞ 내는 살처분 권유였다. 이 기준이 그해 12월부터 3㎞ 내 살처분 강제로 바뀌었다. 이 새로운 기준에 대한 판결을 구하는 재판이었다. 법원은 ‘공공복리에 부합한다’고 했다.
비슷한 마찰은 화성에서도 있다. 닭 3만7천마리를 살처분해야 하는 농장이다. 법원에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취소했다. 대신 경기도에 살처분 명령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해, 계류 중이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결론은 의정부지법의 방향과 같지 않을까 싶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정한 방향과 다르게 나올 별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이제 살처분 논란은 종지부를 찍은 것인가. 농가는 살처분 지침을 따라야 할 의무만 지게 된 것인가.
그렇게 보기엔 문제가 한두 가지 아니다. 살처분 강화에서 비롯된 파생된 난제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11월26일 첫 확진 이후 벌써 2천319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닭ㆍ오리 등 가금류 품귀 현상이 반복될 상황이다. 닭고기와 계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 일반 소비자들의 부담이다. 이렇다 보니, 500m에서 3㎞로 변경된 살처분 기준의 근거도 도통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방역 당국이 제일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일 뿐’이라며 불신한다.
보상 문제는 가장 심각한 현안이다. 강제로 죽이라고 해 놓고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있다. 보상 현실화를 요구하는 농가들의 불만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보상을 책임지는 지자체도 죽을 맛이다. 경기도에 앞서 보상이 시작된 충청도 음성군은 지금까지 180억원 정도가 보상비로 책정됐다. 방역 당국만 쏙 빠져 있다고 하면 과한 추궁일까. 살처분 강화는 방역 당국이 했는데, 그 피해는 농민이 입고, 그 뒤치다꺼리는 지자체가 한다. 이게 현실이다. 법원 결정과는 무관히 고민해야 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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