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오일·포스트바이오틱스 등...홈쇼핑 속 만병통치약으로 변해
만성질환자, 약사와 상담 필요
요즘 TV에는 전문가들이 나와서 질병을 설명하고, 치료법을 알려주면서 건강에 좋다는 식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왠지 나의 증상과 똑같아 그 제품을 섭취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채널을 돌리니 홈쇼핑에서 그 제품을 판매한다. 나도 곧 병이 나을 것 같다. 큰 기대와 함께 주문을 한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보니 이렇게 산 제품들이 곳곳에 쌓여 있다.
우리 주위에 흔히 있는 풍경이다. 이런 일들은 건강기능식품의 유행과 맞춰서 일어난다. 얼마 전 크릴오일이 뜨다가 조용해지더니 요즘은 포스트바이오틱스가 계속 TV에 보인다. 전문가들의 말과 홈쇼핑 호스트의 말에 만병통치약으로 변하는 전 국민 필수 영양제가 되어버린다. SNS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복용 또는 섭취하는 것에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식품이 있다. 이것을 나누는 기준은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다. 의약품은 국가가 정하는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된 것들이다. 건강기능식품은 효과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고 의약품에 상당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만, 인체에 도움되는 효과가 있는 ‘식품’이다. 식품은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고자 섭취하는 것으로 근거와 효능이 아주 적은 것이다. 이런 구별의 시작이 내 건강을 지키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지방이 물에 잘 섞이게 해서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크릴오일은 어디에 속할까? 요즘 TV에서 가장 핫한 만병통치약같은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어디에 속할까? 모두 건강식품도 아니고 식품이다. 크릴오일, 포스트바이오틱스가 식품이라면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할 텐데 어떻게 치료제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은 질병치료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질병명을 표기할 수 없지만 어떤 기능이 있는지 표기할 수 있다.(식품은 기능표시가 금지돼 있었으나 곧 기능을 표기할 수 있게 할 예정) 고지혈증을 치료한다고 표기할 수 없지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에 대한 표현을 쓸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콜레스테롤을 낮추니 고지혈증에 좋겠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식품이 의약품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소비자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회사들의 교묘한 마케팅을 이겨내고 내게 필요한 영양소를 찾기는 사실 쉽지 않다. 또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섭취하는 이런 식품들은 내가 복용하는 약물의 효과를 줄이기도 하고, 높이기도 하고,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식품이라서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몽이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금기인 것처럼 장기간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은 그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그래서 특히나 만성질환자들은 나와 내가 먹는 약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단골약국 약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김진수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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