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시ㆍ군이 급격한 인구 변화를 겪은 가운데 시ㆍ군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구에 따라 행정권한과 조직규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 권한을 박탈당하거나 인구가 적어 한계를 겪는 지역에선 행정수요 등 새로운 기준을 제기하고 나섰다.
2일 경기도내 시ㆍ군에 따르면 지방자치법 등에 의해 인구 50만명 이상 시 단위 지자체는 ▲지방공사 및 공단 설립운영 ▲지자체별 조례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등 13개 행정사무 권한을 추가로 갖춘다. 100만명 이상 지자체는 ▲사립박물관ㆍ미술관 설립계획 승인 ▲50층 이하 건축물 허가 등 10개 권한을 더 부여받는다.
권한은 행정처리속도를 의미한다. 가령 107만4천여만명의 용인시는 50층 이하 및 연면적 20만㎥의 건축물 허가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94만여명의 성남시는 이러한 권한이 없어 경기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행정처리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조직도 인구에 영향을 받는다. 수원ㆍ용인ㆍ고양시 등 100만명 이상 지자체는 시정연구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성 있는 정책을 구상 중이다. 일례로 107여만9천여명의 고양시는 지난 2019년 고양시정연구원의 호수공원 미래설계 기본계획 연구를 일산문화공원 관련 사업으로 연계하는 등 지난 2017년 개원 이후 85건의 연구 모두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시정연구원이 없는 지자체는 중요 사안을 용역으로 맡겨 비용부담이 있고 지역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와 함께 시 단위 지자체에 조직 가능한 실ㆍ국 개수를 보면 50만명 이상~100만명 미만인 곳은 3~7곳, 100만~120만명은 6~8곳, 120만명 이상은 7~9곳 등 인구가 많을수록 조직규모도 커져 원활한 행정서비스가 가능하다.
인구에 따라 제한이 생기는 사례도 있다. 10만명 이하 지자체의 부단체장 직급은 다른 시 단위 지자체(3급 부이사관 이상)보다 낮은 4급 서기관이다. 이에 연천군 등 일부 지자체는 시ㆍ군 간 부단체장 회의 때 대등한 위치에서 안건을 논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난해 양평ㆍ가평ㆍ연천군이 시군단체장협의회에 급수 상향을 공식 요청했을 정도다.
아울러 100만명 미만 지자체 감사관 직급은 5급 사무관이다. 100만명 이상인 지자체보다 한 직급 낮다. 사무관은 시ㆍ군에서 과장급과 부이사관~서기관인 실ㆍ국장 등을 대상으로 감사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이처럼 모든 권한이 인구랑 직결됨에 따라 일부 시ㆍ군에선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인구 100만 이상 지자체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사안에서 은수미 성남시장은 ‘행정수요’를 지목했다. 인구 하락세를 겪는 성남시의 100만명 돌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유동인구, 예산, 경제활동 등을 감안하면 행정수요 140만명의 대도시라는 것이다. 안양시 역시 오는 2040년께 50만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 잃어버릴 행정권한을 두고 전전긍긍이다.
김종호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가 많으면 그만큼 공공문제가 더 다양하고 많이 발생하기에 이에 걸맞은 행정권한 등이 부여되는 건 당연한 이치”라면서도 “지금처럼 50만명, 100만명 기준보다 더 세분화된 기준이 있어야 지역 특성에 맞는 지방자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태병ㆍ김현수ㆍ최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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