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코로나가 드러낸 교육 허점, 기초학력 강화할 기회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등교수업이 원격수업으로 대체되면서 학력저하 현상이 격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읽기·수학·과학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한국 학생 비율이 2000년 6%에서 가장 최근인 2018년 14.8%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상위권 학생들도 예외 없이 모든 계층에서 학력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가 됐는데 미래세대의 학업 성취도는 피라미드형 분포를 보이니 더욱 문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뿐 아니라 평범한 상위권을 위한 교육정책 마련도 시급한 이유다.

학력저하는 대학과 학생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기초영어’나 ‘기초수학’ 등 예비과정과 기초교과목을 운영하는 데 많은 재원을 투입하느라 대학 본연의 심화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공학교육에 필수인 물리Ⅱ를 선택하는 고등학생이 전체 공대 정원의 5%에 불과한 현실에서 학력저하는 어느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가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한 자료에는 지난해 신입생 3명 중 1명은 영어, 5명 중 1명은 수학 기초학력이 부족했다. 성적우수자의 비율도 불과 일 년 만에 영어는 3.76%에서 2.82%로, 수학은 10.93%에서 10.16%로 줄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대학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국가와 학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미국 조지아주 정부가 미국교육위원회(Education Commission of the States)와 수립한 ‘조지아주 대학시스템(University System of Georgia·USG)’을 우수사례로 볼 수 있다. USG는 신입생들이 여러 과목을 혼란스럽게 이수하지 않도록 ‘집중영역(Academic focus area)’, 소위 ‘메타 전공(meta-major)’을 선택하게 한다. 학생 개인의 학업역량과 적성을 분석한 후 명확한 목표와 함께 맞춤형 학업트랙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전공심화과정을 마칠 수 있게 지원한다.

학습자 중심의 수준별 맞춤형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대학은 교육프로그램과 교수법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수학교육을 강화하고 과학Ⅱ 과목 이수를 필수화하는 등 교육수준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19로 드러난 학력저하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대학과 공교육은 손잡고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신수봉 인하대학교 교학부총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