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집행 기관이 다르다. 시청과 교육청이다. 예산 집행 항목도 당연히 다르다. 재난 구제 예산과 학교 시설 개선 예산이다. 한쪽의 과다한 집행이 다른 쪽의 예산 부족을 불렀다고 기계적으로 말할 수 없다. 예산 회계상으로는 분명히 그렇다. 그런데 예산의 소비자라고 할 시민 입장에서 봐도 그럴까. 달리 보이지 않을까. 같은 지자체에서 일어나는 같은 일상의 일부라 여기지 않을까. 혈세 배분의 심각한 불균형이라고 보지는 않을까.
본보가 포천지역 ‘석면학교’ 실태를 보도했다. 대단히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 개선이 시급한 ‘석면학교’가 모두 23개다. 초등학교가 11곳으로 가장 많고, 중학교 6곳, 고등학교 6곳이다. 대부분 지어진 지 30~40년 지난 건물이다. 건물 노후화로 공기 중에 석면가루가 날릴 수 있다. 석면의 유해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군 발암 물질이다. ‘침묵의 살인자’다. 그 위험천만한 곳에서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석면해체ㆍ제거작업이 시급한데 이게 더디다. 2019년 5개교, 2020년 6개교가 개선 공사를 했다. 올해는 2개 학교 밖에 못한다. 당연히 예산 사정 때문이다. 관련 예산을 보면 2019년 3억6천만원, 2020년 7억7천만원이었다. 올해는 2억3천만원으로 확 줄었다. 줄어든 예산에 맞추려니 당연히 시설 개선 학교도 준 것이다. 포천교육지원청의 설명은 이렇다. “학교 석면해체ㆍ제거 예산은 도교육청이 우선순위를 결정해 배정한 것 같다.”
불균형이다. 포천시의 최근 상황과 너무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원금 최다 지급 포천시’다. 지난해 4월 시민 모두에 1인당 40만원씩 줬다. 재난지원금이다. 올해도 2차로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국에선 최대 규모다. 지방에서 ‘포천이 어떤 곳이냐’고들 묻는다. 인접 지역 주민들의 부러움도 산다. 여기에 시청 공무원들의 미담도 있다. 1, 2차 재난지원금을 내놨다. 그렇게 모은 8천여만원을 성금으로 기탁했다.
이런 당당하고 훈훈한 얘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날아다니는 석면 속에 아이들이 방치된다는 얘기다. 시급히 고쳐야 하는데 돈이 없어 지켜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살폈듯이, 포천시와 교육청은 별개의 영역이다. ‘석면학교’ 예산을 재난 지원금 예산과 연결지어 말할 수도 없다. 행정을 모르는 무지한 논리란 비난을 받을 수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바꿔볼 필요도 있다. 자녀를 학생으로 둔 시민의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시 예산이든, 교육청 예산이든 소비자는 시민이다. 그 시민들에게는 지원금 지급도 석면학교 보수도 다 지역 현안이다. 최다 지원금에 부러움 사는 것도 포천시민이고, 최악의 석면 공포를 이고 사는 것도 포천시민이다. 예산을 잘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선택과 집중의 이성을 차려야 하는 것 아닌가. 석면 가루도 코로나 균만큼 사람 잡는 해악이다. 하기야 포천시만 나무랄 것도 아니긴 하다. 대개의 코로나 행정이 그렇게 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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