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설 차례상, 본 모습 돌아가자

일반 가정의 설차례상

코로나19로 올해 설 명절 차례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5인 이하가 모여야 하는 만큼, 차례 음식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5인 이하가 모이는 설 명절 차례상, 조상을 모시는 격식을 다하면서 부담을 더는 방법은 없을까. 올해 차례상 구매 비용이 지난해보다 15.8%나 뛰었다 하니 차례상 군살을 빼 보는 것도 좋겠다.

9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제례 문화 지침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는 설 차례상에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는 게 전부다.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제례 문화 지침서이기도 한 주자가례(朱子家禮)가 정의한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고자 간단한 음식을 차려두고 인사를 드리는 일종의 의식(儀式)이다. 이에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를 올린다.

▲ '주자가례'의 설차례상
'주자가례'의 설차례상

국학진흥원이 2017년부터 제례문화 현대화 사업을 하며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 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을 조사한 결과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 설 차례상 역시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동 퇴계 이황 종가는 술과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5가지 음식을 차린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와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담았다. 주자가례와 비교하면 차를 생략했고 대신에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했다.

그러나 일반 가정 차례상에는 평균 25∼30가지 음식이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은 종류별로 별도 제기에 각각 담았고 어류, 육류, 삼색 채소, 각종 유과 등을 추가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차례와 제사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기일에 제사를 지내는 음식과 의미 있는 절기를 맞이했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인 차례 음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간단한 차례상이 우리의 본래 차례상”이라며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이번 설에는 과감한 개선으로 차례상 원래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고 권했다. 이어 “주자가례와 종가에서 하는 것처럼 술과 떡국, 과일 한 쟁반을 기본으로 차리되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약간씩 추가해도 예법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경북 안동 퇴계 이황종가 설차례상
경북 안동 퇴계 이황종가 설차례상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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