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기부 훈풍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전 세계 부호들이 재산의 사회환원을 약속한 기부 클럽이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부부가 2010년 공동 설립했다.

재단에 가입하기 위해선 10억 달러(한화 1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해야 하며, 평생 재산의 절반 또는 그 이상 기부를 약속해야 한다. 미국에선 수퍼리치들의 ‘더 기빙 플레지’ 서약이 활발하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머스크 등도 회원이다. 기빙 플레지는 범국가적 기부 운동으로 세계 부호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다.

국내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얼마전 219번째 ‘더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됐다. 한국인 중에 첫번째다.

김 의장의 재산은 배민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받은 DH 주식 가치 등을 포함해 1조원대에 이르며, 5천억원 이상을 기부할 전망이다. 김 의장은 전에도 100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김 의장은 ‘더 기빙 플레지’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도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의 재산은10조원대로 추정되며 최소 5조원은 기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재계 인사들 가운데 수 조원 단위의 재산 기부를 약속한 것은 김 의장이 처음으로, 그야말로 파격적인 기부 선언이다.

연이은 두 기업가의 기부 선언은 신선한 충격이다.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IT 산업을 이끄는 두 김 의장은 자식에게 재산ㆍ경영권을 물려준 1세대 재벌 총수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재벌 기업들은 사회 환원보다 부의 대물림에 집중하고 간혹 비리가 밝혀져 ‘속죄’의 뜻으로 마지 못해 기부를 했다.

그것도 회삿돈인 경우가 많았다. 두 김 의장은 부를 사회와 나누는 가치와 불평등 해소 등 사회문제 해결을 기부 동기로 밝혔다. 이들의 기부가 척박한 기부문화를 일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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