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 ‘1호 접종’ 놓고 정치권 공방, 옳지 않다

이번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백신 ‘1호 접종’ 대상자 논란을 벌이며 연일 정치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소모적인 논쟁에 국민들의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지난 19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SNS에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 1호 접종 주장에 여권은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이냐” “국가원수 조롱이자 모욕”이라고 발끈했다. 야권은 “그렇다면 국민이 실험대상이냐”고 맞받아쳤다. “국민을 백신 기미상궁, 백신 마루타로 쓰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7일 화이자 백신의 접종이 시작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65세 이하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입원·입소자, 종사자가 접종 대상자다. 화이자 백신은 감염병전담병원 등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의료진이 접종 계획이다. 엄밀히 대통령은 해당 사항이 없다.

물론 각국 지도자들의 1호 접종 사례가 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이스라엘·호주 총리 등이 1호 접종자로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정치공방에 떠밀려 대통령이나 총리가 1호 접종자가 된 건 아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문 대통령 백신 1호 접종’ 요구에 대해 “국민적 불신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백신의 정치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 겸 질병관리청장이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이냐’는 정청래 의원 발언에 “누구든 실험 대상이 아니다.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은)정해진 순서에 맞춰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감염 전문가들은 1호 접종 대상자의 의미를 고려할 때, 정치인보다는 접종 대상자 중에서 자연스레 1호 접종 대상자가 나오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우리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를 보면 미국은 간호사, 영국은 90세 할머니, 캐나다는 요양센터 의료진이 1호 접종을 받았다. 일본은 국립 도쿄의료센터 원장이 처음 접종했다.

백신의 생명은 안전성과 효능이다.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1차 대상자 중 93.8%가 접종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이 ‘실험대상’ 운운하며 떠들면 접종 대상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란은 결코 옳지 않다. 정치권은 자중해야 한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선 백신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쟁을 그만두고 방역당국에 힘을 실어주면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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