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정치를 맡기지만, 희망보다는 원성이 높다. 국민 일부의 지지만으로 선출됐지만 모든 국민의 대표인양 행세하고, 권한은 국민 일부만을 위해 행사한다. 표가 되지 않을 국민은 개혁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표가 될 국민만을 위한 국정운영을 택한다. 지지 세력은 감싸고 지지하지 않는 세력은 제거하거나 배척한다. 선거는 양 세력 간의 치열한 전쟁터로 변화하고, 끝나도 격렬했던 대립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부의 독단을 법치라며 국민의 대립과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가 반복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도 표를 얻기 위한 이슈 영합의 포퓰리즘 정책만이 난무한다. 서울시민의 관심사가 부동산 등의 경제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되는 세상을 옹호라도 하듯, 모든 후보가 서울에 집을 사겠다는 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공약에 올인하고 있다. 서울에 집을 사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갖지 않았었는데 후회막급이다.
분수에 맞는 생활 따위는 정녕 무의미한 가치인가? ‘무슨 분수, 타인이 누리는데 나는 왜 못 누려, 나도 누리게 해달라’는 요구에 정치인들이 서울에 오천만 호의 주택이라도 저렴하게 공급할 것 같은 자세인데, 정치의 섣부른 시장개입은 현 상황처럼 사태의 해결은커녕 혼란만을 초래한다.
진정으로 서울의 발전을 위한다면 한국 전체 속에서 서울을 그려야 한다. 전략적 관점에서도 많은 국민이 서울 수도권 한곳에 밀집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분쟁이 상존하는 시대에 분산 없는 집중은 위험천만하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서울을 어떻게 재편해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서울시장의 책무일 것이다.
교통체증으로 아까운 인생을 차 안에서 허비해야 하는 서울의 일상인데, 한국의 심장 서울을 좀 더 쾌적한 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이 아니어도 일자리가 있고 문화적 삶을 누리며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는 지방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사람이 모이면 가능하다. 문화생활이 문제라면 문화생활을, 양질의 교육이 문제라면 양질의 교육을 보장할 수 있는 지방도시의 건설이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드는 전제조건이다.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장들과 협력하여 지방과의 균형 속에서 서울의 미래구상을 제시해야 한다. 굳이 서울에 살 필요가 없어져야 서울의 주택값도 안정될 것이다.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서울의 발전만을 말한다면 그것이 어디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가라 할 수 있겠는가?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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