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간을 보내는 요양원 어르신을 위해 첫 접종을 지원했습니다.”
26일 오전 8시30분 인천 연수구 연수보건소. 긴장감 속에 연수구의 첫 백신 접종자인 최영미씨(56)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백신 접종 2시간 전인 오전 7시10분부터 보건소에 와 접종을 기다렸다. 요양원 종사자인 최씨가 1호 접종자로 나선건 그동안 보지 못한 손자를 위해서다.
최씨는 “코로나19 탓에 예쁜 손주 얼굴을 오랜 기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요양원 어르신을 비롯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든 분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백신 첫 접종을 지원했다”고 했다.
오전 9시가 되자 최씨는 14일 이내 다른 백신을 맞았는지, 알레르기가 있는지 등에 대한 예진표를 쓰고 접종 주의사항을 듣는다. 이후 접종실로 향하자 기다리던 의료진이 최씨의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한 후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아스트로제네카 백신을 꺼내 주사기에 옮겨담는다. 접종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접종을 모두 마친 최씨는 2차 접종 일정을 예약하고 대기실로 이동해 이상증상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렸다.
최씨는 “백신을 맞을 때 전혀 아프지 않았다”며 “느낌이 좋은 것으로 봐선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시각 인천 남동구 남동보건소에서는 1호 접종자로 신광철 평강요양원 대표(57)가 나섰다. 9시10분께 백신 접종을 마친 그는 이상반응을 살피고는 불안보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 대표는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오랜시간 가족과 만나지 못해 우울감과 고립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하루 빨리 가족과 만남이 가능하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했다.
인천 부평구 부평보건소에서는 김락환 간호박사요양원장(45)이 1호 접종자로 나섰다. 그는 “좀 긴장되고 초조했지만, 주사를 맞고 10분 후 어지럽다가 17분이 지나니까 어지럼증이나 뻐근함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거부감이나 거리낌없이 맞았던 만큼 모든 분이 맞아서 코로나19가 빨리 종식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이 모두 힘든 시기인 만큼 코로나19의 조속한 종결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날 연수보건소는 백신 접종 첫날인 만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요양원 종사자 10명만 접종했다. 다음달부터는 매일 50명씩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이날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백신 접종자들은 8~12주 이내에 2차 접종을 받는다.
남동보건소는 평강요양원과 참사랑 노인간호센터 종사자 각각 10명씩 20명을 접종했다. 구는 지역 내 요양시설 65곳과 요양병원 21곳의 접종 대상자 각각 1천348명, 2천535명의 접종이 3월 18일까지 모두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부평구보건소는 이날 180여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마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인천에서는 이날 10개 군·구의 보건소와 요양병원 10곳 등 총 20개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접종했다. 이날 백신 접종 예약 인원은 540여명이다.
의료진(촉탁의)이 있는 요양병원·시설은 자체적으로 접종했고, 자체 접종이 어려운 시설은 관할 보건소의 인력이 방문 접종했다.
한편, 인천지역 접종 대상자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412곳의 65세 미만 입소자와 종사자 등 1만7천326명이다.
김경희·조윤진·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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