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운영중단... 공공시설 카페서 일하던 장애인들 거리로

발달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경기도내 ‘나는 카페’ 12곳 중 대부분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으면서 카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안산시 평생학습관 내 ‘나는 카페’에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조주현기자

“자금을 모두 끌어와 발달 장애인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지만,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습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1시 의왕시 오전동 여성회관 1층 ‘나는 카페’. 매장은 따뜻한 커피 향은 없고 싸늘한 공기만 맴돌았다. 코로나 확산 방지로 여성회관 전체가 폐쇄됐기 때문이다. 이곳은 코로나19 탓에 지난해 2월부터 1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카페에는 두 명의 발달장애인 바리스타와 한 명의 비장애인 매니저가 일하고 있었지만, 이들 모두 휴직 상태다.

도내 발달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나는 카페’가 코로나 여파로 공공시설이 문을 닫자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행정적인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들 장애인도 거리로 내몰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기도는 지난 2012년 발달장애 청년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행정적인 지원을 통해 도내 공공시설에 ‘나는 카페’ 매장을 마련했다. 해당 카페는 사회적기업 ‘장애청년 꿈을 잡고’가 도의 위탁을 받아 8년 가까이 운영했다.

해당 카페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12개 매장 중 9개 매장이 폐쇄되거나 단축 운영되고 있다. 카페에 근무하는 31명의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중 7명은 휴직 상태이며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상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의료원과 구리시 교문도서관에 입점한 카페는 지난해 운영한 기간이 채 한 달도 되지 못했다. 안산시 평생학습관 내 ‘나는 카페’ 1호점은 지난해 8월부터 휴업에 들어갔다가 11월이 돼서야 영업을 재개했지만 손해가 막심하다.

매장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카페 운영을 맡는 사회적기업 ‘장애청년 꿈을 잡고’는 휴직 중인 장애인 근로자 7명에 대한 급여 5천만원을 1년째 무상으로 지급하는 등 영업 손실액이 5억원에 달하고 있다. 자금이 바닥난 해당 기업은 더 이상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못해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장애청년 꿈을 잡고’ 관계자는 “휴직 중인 장애인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모든 자금을 동원해 임금을 지급했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다”며 “전체 매출액이 40% 이상 급락했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결국 폐업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는 공공시설 내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자체의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기업은 근로자의 복지와 기업 이윤을 동시에 창출해야 하는 구조로, 임대료를 받지 않는 공공시설에 집중했다”며 “공공시설 운영이나 사회적기업 관리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이 공공물품 구매와 같은 예산에 한정됐다”며 “공공시설 운영 중단에 따른 사회적기업 손실도 별도의 지원책이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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