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원폭피해자의 악몽] 대를 잇는 아픔... 언제쯤 멈출까

현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엔, 2·3세 포함 안돼, 개정 요구에도 국회 제자리걸음… 고통 여전

원폭피해자 2세인 한기요씨(73)가 원인모를 통증으로 평생 고통 받아온 손마디를보여주고 있다. 윤원규기자
원폭피해자 2세인 한기요씨(73)가 원인모를 통증으로 평생 고통 받아온 손마디를보여주고 있다. 윤원규기자

‘희귀병인 면역글로불린결핍증, 키 167㎝, 몸무게 37㎏, 가냘픈 몸에 유난히 커 보이는 안경…’

‘원폭피해 2세 환우’들의 실상을 처음 세상에 알린 고 김형률씨가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 흘렀지만 피해자 후손들은 여전히 고통속에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행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에 원폭 피해 2·3세에 대한 지원 근거가 담기지 않아 개정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지만 정치권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2일 경기일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5년 당시 17대 국회의원이던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원자폭탄피해자의 진상조사 및 지원대책 촉구결의안’을 대표발의한 이후 원폭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17·18대 국회에서 여러 의원들이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발의하며 법제화에 나섰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건 지난 19대 국회였다.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소속이던 이학영 의원(군포) 등이 각각 발의한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2016년 5월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1년 만에 법제화 성과를 냈다.

특별법은 ▲한국인 원폭피해자 지원위원회 설치 ▲한국인 원폭 피해자(1세대) 실태조사 ▲원폭 피해자 의료지원 ▲위령탑 조성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원폭 피해자 2·3세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원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으면서 원폭 피해자 및 후손들의 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별법 논의 당시 한 국회의원은 “일본이 2세를 의료지원에 포함시키지 않고 생활지원금은 없다고 들어서 우리도 그렇게 안 하는 게 맞다고 그러는데, 오히려 거꾸로 피해자인 우리가 먼저 해 줌으로써 가해자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게 훨씬 이 법의 제정 취지가 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김상희 국회 부의장(부천병)이 원폭 피해자 및 후손들의 요구에 응답, 지난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피해자 2·3세를 지원 대상에 추가하고 피해자 사망 시 장례비를 지급하게 하는 게 핵심으로, 원폭 피해자 및 후손들의 환영 성명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법 개정 기대감 속에 이뤄진 정부-피해자 간 논의에서 양측은 이견 조율에 실패, 결국 임기만료 폐기됐다.

박상복 경기도 원폭피해자협의회장(76)은 “국가가 없어서 강제로 끌려가 피해를 입고 자녀들까지 희귀병이 생겼으니까 국회에서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개정해줬으면 한다”며 “누군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원폭 피해자 2세, 3세, 아픈 사람들 치유해주고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ON팀 = 이호준ㆍ송우일ㆍ최현호ㆍ김승수ㆍ이광희ㆍ손원태ㆍ윤원규기자

편집 = 이은지ㆍ이윤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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