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코로나19 선별진료·검사소 37곳에 수어 통역 시스템 전무…지난해 통역 요청 1천300건
인천지역 코로나19 선별진료·검사소를 비롯해 백신 예방접종센터 등에 수어 통역 시스템 설치가 시급하다. 지역 내 수많은 농아인들이 코로나19 검사·접종에 앞선 검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 내 선별진료소 31곳과 선별검사소 6곳엔 현재 수어로 통역을 할 수 있는 인력은 물론, 수어통역사가 영상으로 내용을 전달해주는 수어 통역 장치도 전혀 없는 상태다. 또 가동을 앞두고 있는 예방접종센터에도 수어 통역 인력 및 장비 등의 배치·설치 계획은 빠져있다.
지난달 기준 인천지역의 농아인은 2만4천727명이다. 이들이 코로나19 의심 증상 등의 이유로 선별진료·검사소를 찾거나 백신 접종을 위해 예방접종센터를 갈 경우 현장에 수어를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인력이나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도움 없이 농아인이 의료진에게 자신의 정확한 증상이나 동선, 현재 건강상태 등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선별진료·검사소 내부에 필담이 가능한 도구가 없고 의료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표정이나 입모양을 읽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난해 인천시수어통역센터에 코로나19와 관련해 들어온 수어 통역 요청은 1천304건에 달한다. 센터에는 통역사 32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수치상 통역사 1명이 지역 내 농아인 772명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센터에선 코로나19를 전담해 통역 서비스를 해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센터 관계자는 “매일 수십건씩 코로나19 관련 수어 통역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직접 현장에 가지 못해 휴대전화 영상통화 등으로 겨우 수어 통역을 한다”며 “화면이 작아 제대로 통역을 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반면 서울시는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에 필수적으로 영상전화시스템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10인치 이상의 태블릿형 단말기를 통해 수어통역사와 선별진료소 직원, 농아인이 3자 영상통화를 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기초자치단체별로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이동선별진료소에도 영상전화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김정봉 인천시농아인협회장은 “협회 차원에서도 최대한 코로나19 관련 긴급 수어 통역을 돕고 있지만 영상통화기기가 아니어서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이어 “농아인들이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그동안 선별진료·검사 현장에 농아인들을 위한 별도 인력이나 장치를 갖출 여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지역의 사례 등을 토대로 수어 통역 장치의 도입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인천에서는 모두 1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천의 누적 확진자는 4천630명이다. 또 이날 공표 기준 2만3천548명이 1차 접종을 받으면서 접종률 54.4%를 기록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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