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사익 차단 ‘이해충돌방지법’ 속도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3기 신도시 계획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변창흠 국토부 장관 해임을 비롯한 국토부·LH 직원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10여건 올라와 있다. 3기 신도시 주민들로 구성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모든 3기 신도시 지역에서 투기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공직자의 ‘이해충돌’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합동조사단에 이어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 투기 연루자 엄벌 방침을 밝혔으나 허술한 법으로 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투기에 연루된 LH 직원과 공직자가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활용했는지 규명하고 처벌하는 게 까다롭다.

경찰이 투기 의혹 연루자 처벌을 위해 검토 중인 혐의는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 위반이다. 두 혐의 모두 피의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는지 규명하는 것이 관건인데, 규명에 실패하면 처벌이 쉽지 않다. 부당이득에 관한 몰수 규정이 있는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려면 업무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규명해야 한다. 공공주택특별법은 비교적 적용 기준이 낮지만 몰수 조항이 없다.

땅투기 의혹에 국민 공분이 일자 여권이 부랴부랴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들고나왔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지자 8년여 동안 국회에서 방치됐던 법안을 급히 꺼내들었다. 공직자 투기이익환수법 등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맞춤형 법안이 다수 발의된 가운데, 손놓고 있던 이해충돌방지법도 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은 단순한 투기를 넘어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 종사자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가 드러난 사건으로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공직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는 계기로 삼겠다”며 공직자와 공공기관 전반의 부패방지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2013년 국민권익위가 국회에 제출한 뒤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실망을 줬다. 국회는 의원들의 사익 추구 논란이 일 때 잠시 입법 시늉을 하다 슬그머니 폐기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번에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LH 직원은 물론 중앙정부·자치단체 공무원, 국회의원 등 모든 공직자의 사익 추구를 사전 차단할 수 있다. 국민이 부동산 문제로 절망하고 분노하는 일이 없도록 국회는 정치공방보다 재발방지 입법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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