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5049’ 정조의 리더십

시간을 정해 놓고 책을 읽기로 했다. 시대별로 분류한 대표시집을 읽기도 하고 차에 관한 신간과 고전은 물론 동양신화나 역사서도 의견 모아 선별해 읽었다. 한 사람이 소리 내어 서너 쪽 또는 한 소절을 읽으면 다음 사람이 이어서 읽는 방식으로 서로 돌아가며 읽는다.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차를 한 잔씩 마시며 느낌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초등학생처럼 소리 내어 읽기가 어색하고 쑥스러워 서로 안 읽으려고 했다.

그래서 가끔 호흡조절도 한다. 이를테면 사자소학을 읽고 쓴다거나 읽고 쓰는 다신전(茶神傳)을 다 쓰고 나면 표지를 붙여 한 권의 책으로 묶는다. 그날은 나이를 어디에 두었는지 애들보다 더 좋아라한다. 이 옹기종기 책 읽는 모임은 처음에는 열명이 넘었으나 십 년 세월 가다 보니 이제 오롯이 다섯만 남아 매주 월요일 저녁 신앙처럼 모인다.

옹기종기 모임에서 올해 첫 번째 선택한 책은 <5049 리더라면 정조처럼>으로 정했다. 절반쯤 읽은 후 저자를 초대해 작가와의 대화를 가졌다. 이 책을 쓴 한신대학교 김준혁 교수는 3년 전 장용영을 펴낼 때 무예통지의 서문에 있는 즐풍목우(櫛風沐雨)-바람으로 머리 빗고 빗물로 목욕하라-는 대목을 책 표지에 올렸다. 정조가 만든 조선 최강의 군대 장용영 군사들의 훈련을 강하게 시키라는 지시가 이 두 문장에 압축돼 장용영 하면 즐풍목우를 떠오르게 한다.

이번 <리더라면 정조처럼> 표지에는 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십코드 5049가 눈에 띈다. 조선 정조의 생애와 국가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49가지로 정리한 김 교수의 책을 굳이 다 읽지 않아도 5049, 이 네 숫자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조는 조선 역사상 특별한 신궁(神弓)으로 50발을 쏘면 49발을 명중시키고 마지막 한 발은 허공으로 날려 보냈는데 정조는 이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가득 차면 오만해지기 쉬우므로 스스로 겸손해지는 활쏘기를 보여주었다.

정조는 덕(德)있고 올바른 신하들과 연대하기 위해 활쏘기를 했는데 활쏘기를 하다 보면 조급해하는 사람, 버럭 화를 내는 사람, 조용히 잘 인내하는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 등 타고난 본성을 감출 수 없어서 활쏘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성정이나 심성을 확인할 수 있어 참된 신하를 확인했다고 한다. 활쏘기 하나만으로도 사람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겸손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스함을 보여주는 리더의 덕목에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는가.

차 한 잔을 우려내는 시간은 약 5~6분이 소요된다. 그 5~6분은 기거동작과 물 따르는 소리, 호흡 간의 바람 등으로 차를 우리는 사람의 심성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러므로 책읽기 전에는 차를 먼저 우리도록 한다.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그리해 자신도 그리 썩 자연스럽지 못하면서 상대방의 작은 실수까지 보도록 한다. 정조의 5049를 생각하게 한다.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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