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동산 투기 차단 종합대책을 밝혔다. 발표는 평소 하던 대로 그의 페이스북에 했다. LH 투기의혹 폭로 이후 여권 전체가 위기다. 30%대로 주저앉은 대통령 지지도, 10% 이상 야권에 밀린 보궐 선거판, 국민의당에 내어 준 전국 정당지지도 등 총체적 몰락이다. 이런 때 내놓은 이 지사의 투기 대책이다. 차기 대권의 유력 주자인 동시에 투기의 중심 경기도 책임자다.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된다. 구상 별로 구분해 살필 필요가 있다.
“경기도 공직자 부동산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대상은 토지개발, 주택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공직자다. 이들의 부동산 거래를 사전에 신고토록 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원회에서 심사하는 방안이다. 심의 결과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취득ㆍ처분 자제를 권고하겠다고 했다.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제재 방안도 밝혔다. 복잡한 입법 절차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도지사가 결심하면 당장에도 가능하지 않겠나 싶다.
‘공직자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 구상도 밝혔다. 앞선 심의위 설치보다 강력하고 획일적인 통제가 가능한 안이다. 이 지사는 규제의 예를 ‘외국 자본의 투기를 막기 위한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의 일반적 유형인 ‘토지거래허가 구역’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종전 규제의 객체는 ‘지역(地域)’인데 반해, 이 지사의 구상은 ‘신분(身分)’을 규제하고 있다. ‘시흥 땅 사지 마라’가 아니라 ‘공무원만 시흥 땅 사지 마라’다.
실천까지 복잡해 보인다. 외국인과 내국인의 구분은 법률로 명확하다. 차별의 근거가 되는 국적(國籍)이 있다. 공무원은 신분 또는 직업에 의한 분류다. 신분ㆍ직업에 따라 재산 활동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공직자ㆍ특수신분을 규제하는 현행 제도가 굳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한 행위’라고 좁혀 놓은 것도 이런 포괄적 차별 논란을 감안한 입법이다. 입법 등의 근본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분노한 여론과는 시차가 있다.
저마다 투기 대책을 말한다. 시행되는 건 하나도 없다. 이 지사가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이 있다. 발상과 실천이다. 이 두 특질(特質)로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이번 부동산 대책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그래서다. 어쩌면 곧 시행하겠다고 나설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 필요하고 효과적인 구상이다. 둘 다 추진해서 자리 잡으면 좋을 일이다. 다만, 속 시원하고 빠른 대책을 바라는 여론을 생각하면 ‘공직자 부동산 심의위원회’가 더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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