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일본 문제’ 제대로 접근해야

현재 한국과 일본은 역대 최악의 관계에 있다. 양국 사이에 수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사이가 나빴던 때는 없었다. 최근 2년 동안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국의 안보협력 철회가 이어졌는데, 기존과는 달리 이번 한·일 갈등에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한일 정부가 갈등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조장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 한·일 관계를 보면 참으로 이상하다. 가해자인 일본이 당당하게 한국에게 꼬인 관계를 풀 구체안을 가져오라 하고, 한국은 오히려 빨리 관계를 개선하자고 조르는 형국이다. 일본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에 포함된 것이고, 위안부 배상 문제는 2015년 일본의 기금으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사법부 판결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만큼 해결책은 한국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3권 분립의 원칙 아래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이후에 한국정부가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일본이 큰 소리를 칠 빌미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에는 위안부 재단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2015년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고 말을 바꾸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해서도 이 문제가 불거진 2018년 당시에는 우리 대법원 판결처럼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다고 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측도 자금을 낼 테니 정치적으로 타협하자고 나왔다. 그리고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될 때에 반일과 극일을 강하게 외쳤던 문 대통령이 최근에는 일본정부에 조속히 관계를 풀자고 손을 내밀고 있다.

일본에게 있어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도 일본은 잘 ‘관리’해야 할 나라다. 쉽게 다가가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관계를 악화시켜서도 안 된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그 미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라는 엄연한 역사 앞에서 우리는 일본을 순수하게 좋아하기는 어렵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며 그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100여년전에 나라를 잃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일본이란 나라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정승연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